[벤처활성화를 위한 좌담회]"실패를 시도로 만들어야 제2 벤처붐 온다"

 제2의 벤처 붐 조성 열기가 한창이다. 스마트폰 출시가 1990년대 인터넷 등장 수준의 폭발적인 여파로 다가오면서 벤처업계도 새로운 기회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정부도 바빠졌다. 작년 말 제2기 벤처기업 육성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하반기 목표로 추가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IT를 통한 제2의 도약을 위해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과거 인터넷발 벤처 붐 시절 과오도 많았지만 공격적인 대응이 우리의 IT수준을 현재까지 끌어올렸고, 이번 기회는 우리가 다시 한 번 세계 수준의 IT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라는 설명이다. 전자신문은 이 같은 제2의 벤처 붐 분위기에 맞춰 벤처활성화를 위해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우리나라 IT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치고 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벤처업계의 힘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스마트폰발 모바일 산업혁신 시대에서도 우리나라가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벤처가 힘을 발휘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를 위해 이날 참석자들은 우리 벤처업계가 재도약을 하기 위한 다양한 혁신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주요 발언을 보면 우선 벤처 개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도전적인 신생 벤처기업의 등장이 줄어들면서 벤처 개념이 모호해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벤처 개념의 불명확성은 정부 정책에도 일관성이 떨어지게 됐다며 창업·성장 그리고 글로벌화 단계별로 벤처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벤처 창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서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시급한데 이를 위해 성공 벤처사업가의 경험 전수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최근 벤처 현장의 분위기를 전할 수 있는 벤처사업가의 진솔한 얘기를 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이 현장에서 뛰며 겪는 경험은 과거 벤처 버블기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젊은 예비 창업가에게 다가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산업 특성상 벤처기업이 대기업 하도급구조로 성장해 왔지만 이것으로는 세계적인 벤처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들렸다. 벤처는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자체적으로 세계적인 창의적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한국 벤처업계의 커다란 숙제인 패자부활도 중요한 논의 대상이었다. 우리 벤처산업이 발전하고 무엇보다 벤처 창업이 활기를 띠기 위해서는 실패한 벤처사업가의 경험을 소중히 살려야 하고 이를 통해 이들이 언제나 재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참석자>

-배희숙 여성벤처협회장

-이금룡 코글로닷컴 대표

-이민화 중소기업옴부즈만(기업호민관)

-장흥순 서강미래기술클러스터(씨앗·SIAT) 원장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대표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

(가나다순)

-사회: 주상돈 전자신문 경제과학 담당(부국장)

정리=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주상돈 전자신문 부국장(사회)=‘다시 벤처’라는 얘기가 정부, 학계 그리고 산업계에서 들리고 있다. 우리 산업이 저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역시 벤처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번 좌담회는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과연 벤처기업이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짚어보도록 하겠다. 특히 정부의 제2 벤처기업 육성 대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추가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겠다. 우선 최근 벤처기업 정의에 대한 의문이 많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벤처의 정의를 우리나라가 세계 1등 국가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내리고 싶다. 벤처는 창조적 명품의 원천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핵심 존재다.

 이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산업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개도국에서는 생산개선을 통한 기술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산업을 지탱하고 있다. 반면에 선진국에서는 강한 중소·중견기업이 창조적 명품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것이 개도국과 선진국의 차이다.

 창조적 명품을 만드는 곳이 누굴까. 대기업이 만들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 대기업이 많지만 그곳에서 창조적 명품을 만들기는 힘들다. 진정한 창조적 명품을 만드는 주체는 벤처기업이다. 벤처 개념이 등장한 지 15년가량 됐는데 지금 시점에서 벤처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하는 이유다.

 ◇배희숙 여성벤처협회장=옳은 지적이다. 공무원을 만나거나 심지어 IT 전문가조차도 아직 벤처 정의를 모른다. 벤처하면 떠오르는 실패를 감수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인식을 이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벤처 개념을 잘 모르니 벤처생태계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벤처기업가가 실패를 하면 그것을 전부로 보는 문제가 나타난다. 벤처는 실패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벤처여서 실패를 한다는 식이다. 벤처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주력해야 한다. 일반인까지도 벤처를 제대로 알아야 이들이 창업에 나서고 지속적으로 벤처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황철주=벤처기업을 거론하면서 빠져서는 안 되는 개념이 바로 창조다. 창조가 왜 중요하냐면 이것이 명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에 강조되는 모든 것이 창조를 통해 나타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일부에서 대·중소기업 상생을 강조한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벤처기업보다는 대기업을 위해 더 중요하다. 벤처기업이 대기업과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창의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가가 성장을 위해서는 창조를 해야 한다. 성장하지 않는 벤처는 의미가 없다. 창조만이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벤처기업은 크고 작고가 중요하지 않다. 창조적으로 명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고도성장을 하는 곳이 벤처기업이다. 벤처는 세계 시장을 보고 창조적 명품을 만드는 곳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벤처기업 CEO가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다른 사람이 아는 것만 알고 있어서는 결코 벤처기업가가 성공할 수 없다. 지식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창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에 창조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벤처하면 벤처정신, 기업가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기업 정신이 발휘될 때 진정한 창조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벤처정신에 대해 논의해 보자.

 ◇이민화 기업호민관=벤처정신을 논의하기에 앞서 벤처가 우리나라에 왜 필요한지 체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로 벤처는 혁신의 원동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시장 경제가 끊임없이 변화·발전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한데 혁신개념에 가장 적합한 곳이 바로 벤처다. 그리고 그런 역동적인 경제의 기본이 되는 것이 기업가정신이며 벤처정신이다.

 기업이 혁신에 나서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혁신은 더 어렵다. 최근 보면 기업이 내부혁신에 나서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외부의 힘을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고, 그것이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혁신의 중요한 쟁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중요하게 다뤄야 할 시점이다. 애플의 오픈 플랫폼 정책과 같은 정형화된 플랫폼이 등장할 필요가 있다. 기업과 기업 간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오픈 플랫폼이 중요하다. 이미 지식경제사회에서 단일기업의 존재는 의미가 없다. 복합기업화, 산업생태계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를 봐야 한다.

 ◇사회=스마트폰을 위시한 모바일 혁명이 밀어닥치고 있다. 이것이 벤처업계에는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철주=우리나라 휴대폰 발전에 있어 벤처인의 기여는 무척 크다. IMF 외환위기로 수많은 벤처사업가들이 테헤란으로 나와 창업했고 이들이 현재 한국의 휴대폰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들의 개발 및 시장개척 사례를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하고 또한 생산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벤처기업과 대기업의 차이는 하나다. 대기업 CEO는 이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벤처 CEO는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직접 연구개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창조적 명품이 벤처기업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애플이 성공한 이유는 스티브 잡스 CEO가 벤처로서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개발과 생산을 해서다. 우리 벤처기업이 고민해야 할 일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아이디어를 내지 않고, 연구개발을 하지 않는 벤처기업에는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하도급을 하게 되면 자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창조적 명품으로 세계시장에 나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것이 벤처고 이런 메시지를 후배 벤처사업가들에게 던져줘야 한다.

 ◇이민화=벤처 붐을 위해 모바일에 대한 더 큰 관심이 요구된다. 앞으로 모바일 산업이 더 커질 것이다.

 ◇사회=한국 벤처의 한계 가운데 하나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 논의해보자.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대표=벤처가 어떻게 글로벌로 갈 것인가에 대해서 보다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의 관심도 중견기업 육성에 있다. 중견기업화를 위한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대만 기업에서 들은 것인데 대기업 수만 따지면 대만이 우리보다 많다고 한다. 우리 대기업은 초대형인데 10억달러 이상의 기업은 대만이 많다는 설명이다. 중견기업, 허리가 약한 것이 우리 경제의 취약점이다. 그 허리 역할을 벤처기업이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이금룡 코글로닷컴 대표=옳은 지적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44%가 대기업에 납품하는 B2B업체다. 납품형으로 출발하다 보니 기업은 많지만 대기업까지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대만은 탄생부터 글로벌화를 지향한다. 1987년 대만기업이 통화 절상으로 어려웠던 시절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그 이유로 ‘바이어들이 친구’라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바이어들이 친구로서 어려울 때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대기업은 공장이 있고, 매출이 얼마 이상이고, 연구소 인력은 몇 명 이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패러다임은 바뀌었다. 우리가 폭스콘이 만든 휴대폰(아이폰)을 자랑스럽게 들고 다닐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황철주=벤처를 이해시킨다는 측면에서 우리 MP3플레이어 기술을 예로 들고자 한다. 우리나라 IT 경쟁력이 어디서 왔을까. 지금 한국 IT는 일본을 이겼다. TV·휴대폰·냉장고·세탁기 모두 우리나라가 일본을 이겼다. 과거에는 미국에서 온 것을 모두 좋아했다. 최근 아이팟·아이폰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산 제품이 좋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 IT산업은 성장했다. 우리를 크게 앞섰던 일본 IT산업을 제친 배경은 뭘까. 일본 IT가 흔들린 것은 ‘워크맨’이 퇴출당한 것이 계기가 돼 성장동력을 잃었다고 본다. 워크맨 퇴출에는 MP3P를 개발한 벤처인들이 있다. 이는 무척 중요하다. 우리나라 산업 성장에 이만큼 중요하고 훌륭한 업적을 세운 기업인은 없다고 본다.

 ◇장흥순 서강미래기술클러스터 원장=지금 벤처업계의 타이밍은 너무 좋다. 일례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학에서 1인 창조기업이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부정적이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에 많은 한계를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폰 혁명 후에는 ‘가능할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이런 인식의 전환을 제2의 벤처 붐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모바일 혁명의 시대에 우리나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 늦었지만 벤처 붐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화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한국 벤처산업이 안고 있는 큰 문제가 실패를 소중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실패 경험을 살렸다면 우리 벤처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금룡=벤처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은 강조돼야 한다. 최근 모 대기업 강연을 갔다가 회사 관계자로부터 창업주 회사라는 점을 강조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창업자가 이끄는 그룹의 장점은 도전에 대한 실패를 용납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실패는 다른 말로 시도다. 시도가 없으면 성공도 없고, 이 때문에 직원들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언급했던 것이다. 이것이 창업주가 회사를 경영하기 때문에 실패를 인정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경영인이라면 평가를 받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이 실상이다.

 시행착오 경제에서는 벤처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을 펼쳐야 하고 그래야 새로운 경제를 맞이할 수 있다. 미국이 계속 혁신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갖고 소비자에게 다가서려는 도전을 펼치고 있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벤처다.

 ◇장흥순=대학생들은 졸업해서 취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너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내가 창업할 당시만 해도 벤처에 대한 명확한 개념도 없이 좋은 기술을 갖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당시 실패가 자산이 된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과감히 도전했다.

 지금 대학생들은 실패를 너무 두려워한다. 그들은 성공한 벤처기업은 일부분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실패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벤처 창업에 대해 많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뛰어들어서 실패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두려움을 안고 창업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의 강연이 별로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단순히 일부 특수한 사람이며 우리와 유전자 코드가 달라서 성공했다고 인식할 뿐이다.

 ◇사회=대학생들이 그런 인식이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벤처사업가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벤처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벤처캐피털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 재원이 줄어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어떤 대안이 있을까.

 ◇장흥순=젊은이들의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지금 현장에서 한창 뛰고 있는 벤처인이 대학에서 강연하는 것이 크게 호응을 얻은 사례가 있다. 지난해 6개월간 ‘영(Young) 기업가정신 소사이어티’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스타기업이 아닌 벤처기업이 창업해서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조와 도전에 나서는 사례에 대해 소개하니 학생들이 공감한다는 반응이었다. 막 세계시장에 도전하는 젊은이로 나이 차이가 채 열 살이 안 나니 학생들의 호응이 너무 좋았다. 젊은 벤처기업의 도전을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 대학생 창업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벤처업계에 수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벤처의 전통은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목표 또는 필요에 의해 벤처를 육성하지만 그것이 끊기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문화로 자리매김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속적으로 벤처가 새로운 성장동력이고 그 힘이 벤처에 있다는 것을 심어줘야 한다. 그런 인식이 문화로 자리 잡음으로써 국민의 수준이 올라갈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앞에서도 강조됐지만 벤처인들이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는 과거 20년 벤처 성장의 밑바탕에만 깔려 있다. 이들이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성공했던 기업의 과정뿐만 아니라 실패한 기업의 경험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들이 나설 수 있도록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한번 실패는 끝이라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제2의 벤처 시대에서는 실패가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이금룡=좋은 지적이다. 미국 벤처캐피털업계도 세 번째 사업에 나서는 기업인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 그만큼 실패 경험을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우리 벤처업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해결책에 대한 좋은 내용이 많이 나왔다. 기타 의견을 제시해달라.

 ◇배희숙=벤처인의 사기를 높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당당히 벤처인으로 자부심을 느꼈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못하다. 벤처기업의 기(氣)를 살릴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대외적인 것도 좋지만 국내 벤처인의 사기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후배 벤처사업가도 많이 등장할 것이다.

 ◇진대제=벤처기업은 작은 회사라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도 벤처’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옳다. 벤처 정신으로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벤처의 발전과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런 자리는 집단토론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다보스 포럼 가운데 기술세션에 가보면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토론하고 그중 가장 좋은 결론을 테이블별로 발표한다. 테이블에서는 온갖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전 세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맞는다. 우리나라도 분임토의 문화가 발달해 있다. 정작 나가서는 발표를 꺼리면서도 분임토의에서는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한다. 이런 분임토의 문화를 세미나에 적극 적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을 좌장이 정리를 하면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황철주=벤처기업협회에서는 다양한 벤처인과 관련업계 종사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7일 장터’를 기획하고 있다. 내달부터 1주일에 한 번 장터를 열 계획이다. 여기는 벤처기업인, 벤처투자자,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 등 예비창업자 등이 제한 없이 참석해 관심있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자리다. 사람이 많이 오든 적게 오든 개최할 것이다. 고민이 있는 기업가 또는 인수에 관심이 있는 CEO 등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 놓을 것이다.

 ◇이금룡=벤처에 대해 고민할 때 기술, 기업가정신, 벤처캐피털 그리고 창조벤처경제이론 네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이론의 정립이 필요한데 산업혁명이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벤처에 대한 이론 정립이 안 되면 우리나라에 벤처가 지속할 수 없다. 정부의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창조경제와 벤처경제가 왜 존재할 수밖에 없는지 전체 환경을 봤을 때 벤처기업의 혁신과 창조가 왜 중요한지 이론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한 명 만이 해서 될 문제가 아니고 다수가 심도 있게 토론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벤처기업을 창업, 성장, 글로벌화 3가지를 단계로 봐야 한다. 정부 정책도 창업지원, 성장지원 그리고 글로벌화 지원으로 나뉘어 집행돼야 한다. 각 단계를 소프트랜딩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구잡이식 지원은 효과가 떨어진다.

 정리=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