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의 무한혁신] <12> 구글TV, 어떻게 해야 하나?

 몇 주 전 구글이 TV 시장에 뛰어든다고 발표했다. 기존 인터넷에 있는 각종 콘텐츠를 구글의 검색엔진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볼 수 있다는 기본적인 발상이다. 또 안드로이드 운용체계를 이용함으로써 각종 애플리케이션들을 TV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존의 TV 기능은 하나의 앱이 될 것이다. 구글이 TV 시장에 뛰어든다고 하니까, 애플에서도 애플TV를 새롭게 등장시킨다는 소문이 솔솔 나온다. 이미 삼성에서는 자신들의 운용체계인 바다를 출시했다. 이렇게 보니 모바일 전화기, 전자책에 이어 TV가 다음번 디지털 혁신의 전쟁터가 될 모양이다. 과연 이런 디지털 혁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TV의 모든 부품은 이미 디지털화되어 있다. 그리고 어떤 제품들은 인터넷 기능까지 이미 내장하고 있어서 유튜브라든지 그외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능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기존 TV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분리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디지털 혁신의 가능성을 충분히 이용해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분리가 필수다. 이는 스마트폰과 기존 휴대폰의 차이와 마찬가지다.

 구글TV의 중요성은 바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분리에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안드로이드 운용체계를 통해 각종 TV앱과 콘텐츠를 공급하려고 할 것이다. 마치 아이폰이 모바일 업계에 충격을 준 것과 같은 그런 충격을 TV업계에 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구글TV는 반쪽의 성공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구글TV의 하드웨어가 기본적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컴퓨터처럼 디자인됐기 때문이다.

 TV 하드웨어는 컴퓨터처럼 디자인돼서는 안 된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TV를 사용하기 위해 지저분하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거실에 놓을 소비자는 많지 않다. TV가 디지털화돼도, TV의 하드웨어는 컴퓨터가 돼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TV는 TV처럼, 자동차는 자동차처럼, 책상은 책상처럼 작동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책상에도 키보드가 있고, 침실에도 마우스가 있고, TV를 볼 적마다 로그인을 해야 한다면, 그 제품들은 결코 실험실 안의 시제품 범주를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물론, 디지털화된 미래의 TV가 과거의 TV와 똑같이 생겨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TV라고 하는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고 소비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가능성을 접합할 때 비로소 진정한 TV의 디지털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몇 십년 TV를 만들어 온 가전업체들이 구글의 디자이너들이 알지 못하는 TV만의 특성을 살린 진정한 의미에서의 디지털TV를 만들 수 있다면, 구글이 만든 반쪽의 디지털TV를 능가하는 제품을 만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구글은 TV 같아 보이는 컴퓨터를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체들은 컴퓨터 같은 TV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아직 아무도 생각해 내지 못한 조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TV에서 구글과의 한판 전쟁이 해볼 만한 것이다.

유영진 템플대 경영대 교수 yxy23y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