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선박통합통신망은 위성통신을 이용해 육·해상 간 선박 원격진단과 제어가 가능하다. 또 선박의 운항을 경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선박 내 기자재 및 용품의 재고관리 등에도 사용된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006/100616064832_1183766522_b.jpg)
자동차처럼 배가 다니는 길에도 교통체계가 필요합니다. 어느 항로로 다녀야 빠르고 안전한 지에 관한 정보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배 안에는 전자해도가 있고, 육지와 통신을 주고받는 각종 통신장비와 기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과거 시프린스호 사건이나 태안 기름유출 사고처럼 선박 사고는 때때로 엄청난 재앙을 불러옵니다. 그럼에도 국제해사기구(IMO) 통계에 따르면 선박 사고는 5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최근이나 변함없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고 선박 제조 능력도 분명 높아졌을텐데 왜 선박 사고는 줄지 않을까요? e내비게이션은 바로 이러한 물음과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에서 시작됐습니다. e내비게이션이 무엇이고 도입은 왜 필요한지 알아봅니다.
Q:e내비게이션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요?
A:e내비게이션을 우리말로 풀어 쓰면 전자항법체계입니다. e내비게이션은 육상과 해상 양방은 물론이고 모든 선박 간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 각종 정보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해양 환경 보호와 안전 항해를 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선박운항 체계를 말합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교통 관제소와 차량 간에는 물론이고 차량과 차량 간에 통신이 가능하기에 어디에서 사고가 났고, 어느 도로가 막히며, 현재 운행 중인 차량의 상태가 어떻다는 것까지 서로 알 수 있는 겁니다. 유영호 해양대 교수는 “e내비게이션은 한마디로 선박은 단순 쇳덩어리가 아니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움직이는 컴퓨터 터미널’ 개념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는 해상에 정박 중이던 유조선을 크레인선이 들이받아 일어났습니다. 만약 이 때 e내비게이션이 도입·가동됐더라면 유조선과 크레인선은 서로의 위치를 미리 알고, 통신을 주고받으며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었겠죠. “가까이 오지 마세요. 멀리 떨어지란 말입니다”라면서요. 대형 유조선 사고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단 몇 건만 줄여도 해양 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Q:언제부터 어떻게 도입 적용되나요?
A:IMO와 산하 단체는 오는 2012년부터 e내비게이션 도입 및 구현을 목표로 일정에 맞춰 표준화 국제회의 등 준비를 갖춰가고 있습니다. 현재 e내비게이션 도입에 필요한 분야별 핵심전략이 완성 단계에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전략이란 어떤 기준(협약·표준)으로, 어떤 정보를, 어떤 식으로 주고받을 것인가를 큰 틀에서 결정하는 것입니다. 핵심전략이 마련되면 필요한 통신 수단(시스템)과 장비 등의 개발이 뒤를 잇겠죠. 또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세계 선진 해운국은 이러한 새로운 선박운항 체계 시장 선점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선박전자산업과 해상통신산업을 육성하고 융합IT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대응이 좀 늦었다는 것입니다. 관련 기술 및 장비 시장을 주도하려면 이러한 흐름을 빨리 읽고, 국제기구에서의 활동을 통해 정보를 얻고 대응방안도 마련해야 하는데 말이죠.
Q:그럼 e내비게이션 시대에는 무엇이 달라지는 건가요?
A:선박과 해양통신에 관계돼 있기 때문에 육상에서의 일반 생활과는 큰 관련이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배를 타고 오가는 일이 있을 때 좀 더 안전해진다는 정도겠죠.
하지만 산업계, 특히 우리나라가 1등인 조선업과 이에 연관된 조선기자재, 선박IT 업계 등에는 많은 변화가 올 것입니다. 기존 선박통신시스템이나 선박용 전자장비, 부품 등에서 교체 및 대체 수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죠. 특히 우리나라는 조선업 종사자가 21만여명에 이르고 세계 선박건조 능력의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조선IT 융합기자재 제품 개발이 조선 및 조선연관 산업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입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