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등 환율, 기업 경영 불확실성 키워

 환율 변동이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유로·달러·엔화 등 최근 급등락세를 반복하는 환율 때문에 하반기 경영계획 수립에 애로를 겪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달러·유로 환율은 지난 1월 4일 1유로당 1.43달러에서 16일 기준 1.23달러로 13.9%포인트 떨어졌다. 1유로당 1.43달러였던 유로화 가치가 5개월 만에 20% 가까이 하락했다. 수출 IT기업들은 2분기 실적에 유로화 가치 하락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건전성 악화와 유로화 가치 하락이 지속된 가운데 독일·프랑스 등 EU 국가들이 앞다퉈 긴축재정 정책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대유럽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성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과 달리 상당히 하락할 것”이라면서 “유럽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환율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유럽 매출비중은 각각 20%대다. 이 기업들은 환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LG전자 측은 “결제통화수가 많고, 환헤지(환율변동으로 부터 위험을 없애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유로화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유로화가 약세지만 이와 반대로 달러화는 강세를 기록한다”면서 “환율보다 유럽의 실물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EU 국가들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정지출을 축소하고,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세수확대 정책을 추진한다면 소비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달러·유로 환율이 단기적으로 하락폭이 매우 컸다”며 “유럽의 실물경기 위축은 우리나라의 제2 수출국인 유럽은 물론이고 수출상품의 생산기지인 중국으로의 반제품 수출에도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천안함 사태, 북한과의 갈등관계 등 일명 ‘코리아 리스크’에 따라 급등락을 거듭하는 원·달러 및 원·엔 환율도 기업들에는 하반기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부품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중소 TV 업체와 수입업체들은 원·달러 환율이 1212원대로 오르면서 채산성 악화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LCD TV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사장은 “하루 만에 원·달러 환율이 최고 30원까지 변한 날도 있다”면서 “환율이 좀 안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외국 가전 업체 관계자 역시 “엔화 환율이 많이 올랐다”며 “엔화 환율은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원·엔 환율은 올 초 100엔당 1230원 정도였지만, 유럽 위기 이후 안전자산으로 부상하면서 16일 현재 1322원까지 치솟았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