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 우연히 들어가는 공은 없다

[북스 클로즈업] 우연히 들어가는 공은 없다

 ◇우연히 들어가는 공은 없다

 페란 소리아노 지음. 강민채 옮김. 도서출판 잠 펴냄.

 440g짜리 ‘자불라니(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하나에 전 세계인이 매료됐다. 바야흐로 4년 만에 찾아온 월드컵 시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번 월드컵으로 거둬들일 예상 순수익만 무려 11억달러에 이른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월드컵 중계를 보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기회비용으로 환산하면 3조6434억원에 이른단다.

 축구는 흔히 조직 관리, 나아가 기업 경영과 비유된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를 4강으로 이끈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은 사회 각 분야에서 영역을 초월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리더십의 상징이다. 지난 2006년 이건희 삼성 회장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 축구 구단인 첼시를 방문해 ‘창조 경영’론을 설파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뛰는 프리미어리그는 창조적 플레이의 현장”이라며 “기업에도 프리미어리그식 창조적 경영을 도입해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첼시를 꼽은 이유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와 훌륭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 구단의 아낌없는 지원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팀”이라며 추켜세웠다.

 신간 ‘우연히 들어가는 공은 없다’는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 구단에 주목한다. 일반인에겐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축구 경영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팀이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에 대한 기억은 우리에게 남다르다. 대서양과 지중해의 입구에 있는 항구도시 바르셀로나는 지난 1992년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황영조 선수의 영광이 남아 있는 몬주익 언덕을 품은 곳이다.

 이 책은 필드에서 골을 열망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다. 한때 세계 축구 클럽 10위권 밖에 머물던 FC바르셀로나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꿈의 클럽으로 성장해 온 배경을 흥미로운 뒷얘기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스토리를 읽다 보면 운동장의 선수들처럼 각자의 위치와 영역에서 최고를 지향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저자는 말한다. 업계의 리더로 우뚝 서고 싶다면 단순히 논리를 이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기존 논리를 재해석해 새롭고 참신한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고. 축구 클럽은 순위와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지닌 영원한 가치를 팬들의 마음에 각인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축구 비즈니스를 거론하면서 현대 사회의 다양한 경영 이슈들도 넘나든다. 이 책은 지금이 콘텐츠의 시대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축구 역시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몇 명의 스타 플레이어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구단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어떤 콘텐츠로 채울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반짝 인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유명 클럽으로서 사랑받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도 하다. 이는 21세기 기업 경영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모든 산업에 던지는 키워드로도 해석된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을 FC바르셀로나가 추구했던 경영론에서 본다면 아마 색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1만5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