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도난당한 열정, 그들은 정말 산업스파이였을까

[화제의 책] 도난당한 열정, 그들은 정말 산업스파이였을까

 ◇도난당한 열정, 그들은 정말 산업스파이였을까

 윤건일 지음. 시대의창 펴냄.

 ‘첨단 휴대폰 제조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려던 삼성전자 현직 연구원 등이 국가정보원과 검찰에 적발됐다. 삼성전자 측은 해당 기술이 유출됐을 경우 피해액이 1조325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기술 유출 사건은 심심치 않게 보도된다. 오랜 기간, 엄청난 자원을 투자해 개발한 핵심 기술을 사익을 위해 해외에 팔아넘겼다는 사실에 전 국민이 분노한다. 내세울 것이라곤 기술과 사람밖에 없는 나라에서 힘이 되는 기술을 팔아먹는 것은 매국노나 다름없다며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매장하기 일쑤다. 대표적인 화이트칼라 범죄로 취급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기술 유출 사건의 실체가 알려진 그대로일까. 저자는 우연치 않게 마주친 ‘국립대 교수의 기술 유출 사건’을 겪으면서 이런 의문을 품고 책을 구상했다.

 기술 유출 사건과 관련된 연구진은 처음 사건이 불거졌을 때 수사기관의 수사 발표와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기술 유출범’으로 각인됐다. 혐의를 받았을 뿐이지만 사실 여부를 따질 겨를도 없이 그것이 진실인 양 퍼져 나갔다. 결국 무죄로 결론이 났지만 한 연구원은 이 사건으로 인해 이혼이라는 재앙을 맞아야 했고, 나머지 연구진도 재판이 진행되는 3년여간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기술 유출을 걱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기에 앞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저자는 기술 유출 사건을 둘러싼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해당 기업이나 국정원, 검찰 등 수사기관이 언론과 국민에게 발표하는 내용이 과장돼 있다는 점, 유출되지도 않은 기술까지 모두 유출됐다는 전제 아래 예상 피해액을 계산한다는 점, 또 실제 유출된 기술이 핵심 기술이었는지 검증하는 단계도 빠져 있다는 점 등이다. 1만28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