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웨어하우스(DW) 어플라이언스 시장이 이제야 꽃을 피우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삼성생명, 우리캐피탈, 한국신용정보 등 금융권과 SK마케팅&컴퍼니, 애경그룹 유통부문, 코리아7(세븐일레븐) 등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고속 데이터 처리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DW 어플라이언스는 일부 제조업에서도 사용하고 있지만 금융과 유통업계에서 단연 도입이 활발하다. 공통점은 고객 접촉 채널이 다양하고 동일 고객이 복합적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높은 업종이라는 것이다. 이들 업계의 DW 어플라이언스 도입 사유는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복잡한 요건을 만족시키는 다차원 분석을 빠르게 수행해 적시에 정확한 사전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솔루션업계도 분주하다. IBM, 마이크로소프트(MS), HP 등 DW 어플라이언스 시장에 속속 대형업체가 진출하고 테라데이타 등 기존 DW 어플라이언스업체들은 대용량 데이터의 고속 처리를 위한 하이엔드 제품에서 중견기업용 제품으로 제품군을 다변화하고 있다. HP와 MS는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를 동시에 공급하지 않는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각사에 상호협력 전담팀을 신설하기로 했으며 국내에도 곧 적용된다.
다차원 데이터 분석과 상호 상관성을 실시간 분석해내야 하는 비즈니스 요구가 증가하면서 금융권과 유통업계, 통신사를 중심으로 DW 어플라이언스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가트너는 기업 EDW에 DW 어플라이언스를 도입 혹은 교체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권고할 정도다.
◇확실히 빨라진 속도에 실무자 대만족=삼성생명의 경우 20TB 규모의 DW를 그린플럼의 DW 어플라이언스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상진 삼성생명 차장은 “배치 업무나 롱쿼리(두 단어 이상의 긴 검색어)가 요구되는 데이터 분석에서는 확실히 빨라졌다”며 “지금은 어떤 부서라고 할 것 없이 현업 전체가 직접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2009년 8월 그린플럼의 DW 어플라이언스 솔루션을 도입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전사DW(EDW)와 유지보수료 등 운영비와 성능을 비교해 DW 어플라이언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오라클 엑사데이타1.0, 그린플럼을 놓고 BMT를 거쳐 그린플럼 솔루션을 도입했다.
도입 후 변화는 실무자들이 먼저 알았다. 복합적인 보험상품 개발 등을 위해 여러 요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데이터 분석은 전날 오후 퇴근 전에 작업 시작하면 오늘 출근해 결과를 알 수 있게 됐다. 추이 조회나 업적 통계 등 비교적 간단한 분석은 앉은 자리에서 가능하다.
빠른 데이터 속도만으로는 DW 어플라이언스의 확산을 설명할 수 없다. DW 어플라이언스를 도입, 사용 중인 많은 기업에서는 기존 DW 인프라에서 DW 어플라이언스로 이전(마이그레이션)하는 것이 예상보다 훨씬 쉬웠다고 입을 모은다. 전상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부장은 “바로 DB를 따로 만들 필요 없이 부팅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D데이를 정하고 TF팀을 만들어 별도 추진할 정도로 어려웠던 예전의 DW 이전작업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5년 후 EDW 중 50%는 DW 어플라이언스 사용=DW 어플라이언스 제품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은 △대용량 데이터의 빠른 처리 △구현 단순성 △총소유비용 절감을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직은 사용자 기업보다 공급업체들이 더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기존 DW에서 수십 분 걸리던 것이 단 몇 초 만에 끝났다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DW 어플라이언스에 관심을 갖는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가트너에 따르면 2015년경 DW를 구축한 기업의 최소 절반은 DW 어플라이언스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약 10%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가트너가 DW 어플라이언스에 대해 첫 정의를 내린 것은 2007년의 일이며 이 정의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DW용 DBMS업체들이 앞다퉈 어플라이언스 형태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DW 어플라이언스는 2년 전과 비교해 최소 두 배 이상 증가해 12개 이상의 제품이 있다. DW 솔루션업체들은 기존 DW SW 패키지에 어플라이언스 제품을 추가하거나 혹은 어플라이언스만 제공하고 있다.
MS는 하반기 MPP 방식의 DW 어플라이언스인 PDW를 출시해 현 패스트트랙 DW에 추가할 계획이며, 테라데이타는 최근 중견기업(SME)을 위한 DW 어플라이언스 제품들을 신규 출시했다. 이외에도 해외 시장에는 킥파이어 등 새로운 DW 어플라이언스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현재 기존 DW업체 가운데 어플라이언스를 출시하고 있지 않은 곳은 사이베이스다. 그마저도 사이베이스를 인수한 SAP가 일찌감치 BW 어플라이언스를 내놓은 전력이 있어 사이베이스 DW가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출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트너는 최근 발표한 DW 어플라이언스 보고서에서 ‘DW 어플라이언스의 비즈니스 가치가 증명되면서 제품 출시가 늘어나고 있으며 기업들은 기존 DW 환경에 DW 어플라이언스를 추가하거나 혹은 대체하는 것을 반드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적고 있다. 덧붙여 DW 어플라이언스 계획을 지금 바로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보의 다차원, 상관관계 분석 필요=기업들이 지금 DW 어플라이언스를 검토해야 하는 것은 빈번한 기업 인수합병, 각종 법 규제 준수에 따라 DW 크기는 늘어나면서 실시간에 가까운 분석 결과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DW 어플라이언스업계는 최근 푸르덴셜투자증권을 인수한 한화증권, 인수 업체를 찾고 있는 우리금융, 본사의 인수합병에 따른 국내 푸르덴셜생명의 AIA 인수 등 기업 인수합병을 추진 중인 금융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향후 인수합병이 활발할 것으로 보이는 증권·보험 등 제2 금융권에서 수요가 촉발될 것이라는 기대다.
여기에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360도 단일 관점에서 다차원의 정보를 연동해 상관성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기업들의 비즈니스 환경은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을 지금 이용하고 있는 방문자에게 적절한 상품 쿠폰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거나 대출 상담 혹은 투자 상담을 하러온 고객에게 창구에서 바로 대출 허용 여부와 상한선, 적절한 금융상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금융사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적절한 결정이어야 한다.
또 바젤II, 국제회계기준(IFRS) 등 컴플라이언스 이슈로 데이터 연계 처리가 요구되고 있다. 이전에는 각 애플리케이션별로 별도의 데이터 시스템을 갖고 데이터 분석을 했으나 이제 데이터 간 상호 연관성 분석이 중시되면서 하나의 DW에서 처리되고 있다. 김용하 한국테라데이타 컨설팅사업부 이사는 “기업의 데이터 그 자체도 늘어나고 있지만 의사결정을 위해 분석해야 하는 데이터의 종류가 다양해져 DW 용량과 속도 요구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금융권에서 새로운 상품 개발 혹은 교차 및 상향 판매를 위해 데이터를 분석할 경우, 이전에는 예치금 얼마 이상, 이용하는 상품 등 몇 가지 요건만으로 잠재 고객과 고객 요구를 추정해냈다면 현재는 은행예금과 보험 상품 등 유동성 자산과 재테크 방법 선호도 분석, 고객의 생활 패턴 등 분석 대상이 되는 데이터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다.
DW 용량이 증가할수록 기존 DW 시스템으로는 처리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기존 시스템에서 DW 서버의 CPU와 메모리, 디스크 스토리지 등을 물리적으로 확장한다고 해도 선형적 성능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 선형적 속도 증가는 DW 어플라이언스업계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최소한 기존 전통적 방식의 DW 아키텍처보다 DW 어플라이언스가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를 보인다는 데에는 사용자 기업 역시 동의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의 DW 어플라이언스 도입 기업들은 하나금융지주, 삼성생명, 한화손해보험(제일화재), 애경그룹, SK마케팅&컴퍼니, SK컴즈, SK텔레콤 등 금융권과 유통업, 통신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DW 어플라이언스를 도입해 운영 중이며 현재 추진 중인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에서도 DW 어플라이언스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 또한 제일화재 인수에 따른 IT 통합을 추진하면서 DW 어플라이언스 추가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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