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학 분야에서 대학교와 기업체의 연구 협력을 강화하려면 지식재산권에 너무 집착해선 안됩니다. R&D 결과물을 여러 기업이 자유롭게 상용화할 수 있게 해 성공사례를 늘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데이비드 호지 버클리대 명예교수 겸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포상위원장은 17일 제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대한전자공학회(회장 전홍태) 하계종합학술대회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지식재산권에 집착해서 때를 놓치기 보다는 바로 사업화하는 것이 좋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전자공학은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대학연구소가 신기술에 특허권을 걸어 놓아도 큰 돈을 버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교수는 “교수들은 누구나 자신의 연구성과가 시장에서 큰 돈을 벌 것이라 기대하지만 대부분 연구비도 회수를 못하는 실정”이라며 “차라리 여러 기업이 자유롭게 상용화를 시도해서 성공하는 사례가 나오면 원개발자(대학)에 기부를 요구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산학협력 성공사례를 예로 들면서 대학에서 나온 IT 분야의 참신한 연구성과는 즉시 공개해 누구나 마음대로 쓰게 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생명공학, 제약산업은 신기술로 수십년간 수익을 내기에 지식재산권이 매우 중요하다”며 “반면에 IT·전자산업은 라이프사이클이 짧고 특허권에 대한 집착이 개발주체들의 자발적 협조를 방해한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호지 교수는 실리콘밸리의 성공모델을 다른 나라의 IT산업에서 똑같이 이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싱가포르와 대만, 이스라엘 등 많은 중소국가들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모방해 관주도로 IT클러스터를 육성하지만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며 “나라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현지실정에 맞는 IT육성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IT산업과 전자공학계가 놀라운 발전을 거뒀다면서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세계 전자공학계를 리드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삼성전자, LG전자를 일류기업으로 만든 한국 전자공학인들이 국제적으로 더 책임있는 역할을 맡아주길 바랍니다.”
제주=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