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소프트는 소프트웨어(SW) 산업 역사상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자 했다. 단기간에 글로벌 선두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피력했다. 국내 어느 SW 기업도 품지 못했던 포부다. 글로벌 선두 기업에 버금가는 광범위한 SW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왔다.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든 사례다. 핵심 SW와 시스템통합(SI) 경쟁력을 함께 갖추려고 노력했다. 성공했다면 유일무이한 회사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티맥스소프트의 ‘실험’은 사실상 실패했다. ‘2010년까지 세계 톱3 SW 회사가 되겠다’던 한때의 야망도, SI 사업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겠다던 욕심도 물거품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용체계(OS)를 대체하겠다던 티맥스 윈도는 이제 세인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제우스’를 넘어서는 히트작을 내고자 수없이 많은 제품을 출시했지만 ‘프로프레임’만 한때 반짝 했을 뿐이다.
무모한 실험은 결국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 그나마 티맥스코어가 매각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상용화 실패 유무 논란을 떠나 OS 커널을 연구하던 인력들이 계속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고, 국내 기업의 모바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할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티맥스소프트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 수많은 국산 SW 회사들이 지난 몇 년간 출혈 경쟁, 베끼기 논란 등을 제기했지만 건전한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점입가경은 지난해 티맥스 윈도 발표 때였다. 모든 제도권 언론이 ‘MS 윈도 대항마’ 운운할 때 많은 블로거들은 제품의 미완성을 지적했다. 결국 전통 언론은 ‘팩트’에서 졌다.
나는 티맥스소프트 사태를 두고 ‘국산 SW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다’고 평가하거나 국산 SW 육성 무용론 같은 극단적인 회의감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한다. 티맥스소프트 사태는 정확하게 티맥스소프트와 박대연 회장의 실패일 뿐이다.
오히려 티맥스소프트가 국산 SW의 가능성을, 그것도 가장 어렵다는 시스템 SW 분야에서 이를 확인시켜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실패’ 원인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함께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티맥스소프트에 애정을 가진 이들은 그동안 최고경영자(CEO)가 다반사로 바뀌는 것을 항상 안타까워했다. 티맥스소프트 임직원들은 대부분 회사와 창업자에 ‘열성 팬’들었다. 하지만 퇴직한 임원들은 ‘무모한 확장’이나 ‘전횡’을 종종 비판하곤 했다. 박대연 회장이 끝까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남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획기적인 기술이나 천재는 있어도 획기적인 경영은 없는 법이다. 세계 최고의 SW 기업보다 수백분의 일, 혹은 수천분의 일 정도의 힘으로 그들을 따라잡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발상이었다. 차라리 티맥스소프트가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 SW 업계를 일통해 나가면서 맏형다운 모습을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상 모든 종류의 핵심 SW를 직접 개발하겠다고 나서다 보니 수많은 국산 SW 업체들과 죽고 사는 경쟁을 해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치사슬 내의 평판도 악화되고 티맥스소프트는 끝이 보이지 않는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 선도적인 기업일수록 가치사슬 내의 평판이 좋은 법이다. 티맥스소프트는 애써 자신은 예외라고 여겼다.
SW와 IT서비스 업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얘기한다. “티맥스소프트 인력들이라면 정말 같이 일할 만하다.” 성실성과 책임감이 남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비판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문제는 경영 실패와 대한민국 SW 산업의 저급한 생태계가 빚어낸 것일 뿐이다.
티맥스소프트 사태는 안타깝지만 다시 한 번 국산 SW 육성 의지를 다지는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서기 CIO BIZ+ 편집장 겸 교육센터장 sk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