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문신이 브랜드라면 그 기업, 100년은 거뜬"

이계웅 할리데이비슨코리아 대표
이계웅 할리데이비슨코리아 대표

 ‘기업과 브랜드’. 오늘의 CEO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화두다. 브랜드가 경영에서 가지는 가치를 부정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해석은 각각 다르다.

 이계웅 할리데이비슨코리아 대표는 브랜드를 “고객의 기대와 회사의 약속이 만나는 접점”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최근 인간개발연구원이 연 조찬강연에서 100년이 넘게 모터사이클 하나에만 주력하고 있는 할리데이비슨이 가진 브랜드 경영 철학을 말했다.

 이 대표는 브랜드가 절대 이성적인 잣대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할리데이비슨의 엔진 형태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라며 “할리데이비슨 고객의 기대는 어릴 때 들은 교통순경이 몰고 가던 근사한 오토바이의 그 엔진소리지, 첨단 기술이 아니다”고 말했다. 할리데이비슨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평균 단가 3000만원짜리 모터사이클을 사면서 구매 이유에 대해 기능이나 가격 대비 성능 등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감성을 이야기한다. 이 대표는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자유롭다, 멋지다, 나의 삶이다, 애인 같다’고 구매 이유를 설명하곤 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고객이 브랜드를 소비하며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이다. 마니아들 사이에 할리데이비슨 로고 문신은 ‘러브마크’라고 불린다. 그는 “할리데이비슨의 마크는 신비롭고, 감각적이면서도 친근하다. 마치 어머니, 혹은 여자친구와 같습니다. 소비자들이 여러분 기업의 브랜드를 문신할 때, 아마 그 기업은 100년 이상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리데이비슨의 브랜드 역사에도 고난의 시절이 있었다. 할리데이비슨이 1·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되고 참전 군인들이 고향에 돌아와 할리데이비슨을 몰며 사고를 일으켜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져 갔다. 말론 브랜도나 엘비스 프레슬리 등 시대의 반항아 아이콘들이 할리데이비슨을 애용하면서 편파적인 이미지가 점점 깊게 씌워졌다. “이때다 싶었는지, 혼다에서 이런 광고를 하더군요. 혼다를 타는 사람은 성직자, 가정주부, 경찰, 학생이고 할리데이비슨은 갱이나 타는 거라는.”

 값싸고 품질 좋은 일본 오토바이가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결국 한 담배회사의 자회사인 AMF라는 레저업체에 인수합병당한다. 할리데이비슨을 처음 만든 임직원 13명은 참지 못하고 모터사이클 분야만 빚을 내서 독립시켰다.

 “그때부터 할리데이비슨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약, 총질로 점철된 할리데이비슨 파티 문화를 가족 중심의 동호회 문화로 바꿔냈다. 각종 이벤트 때문에 ‘물건을 팔기 전 보다 판 후에 더 많은 돈을 쓰는 회사’가 됐지만 이미지는 점점 달라졌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강조한 것은 기업 내부 구성원의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다. 고객과 브랜드 가치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할리데이비슨 직원 대부분은 모터사이클 마니아입니다. 아니던 직원들도 그렇게 됩니다.” 할리데이비슨 마크의 의미는 ‘명예와 방패’다. 이 대표는 이날 강연에 정장 대신 그 마크가 새겨진 재킷을 입고 나왔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