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셨나요? 진짜 이메일 소통"

"해보셨나요? 진짜 이메일 소통"

 “혈관이 막히면 인체가 병들 듯 소통이 없으면 조직이 병들게 마련입니다.”

 김홍창 CJ GLS 사장(56)은 회사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상호 소통’을 꼽았다. 올해 초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CJ GLS 대표를 새로 맡은 김 사장은 그룹에서 해결사로 통한다. 삼성그룹으로 입사해 제일선물·CJ오쇼핑·CJ제일제당까지 사업부를 책임지기 시작한 이후 2∼3년마다 회사를 옮겼다. 그것도 이제 막 시작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회사가 대부분이었다. 사업부를 맡아 뚜렷한 실적을 올리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바로 소통이다.

 “소통이 이뤄져야 서로 ‘원 보디(One Body, 한 몸)’가 되어 협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할 때 비로소 ‘강한 조직’이 만들어집니다.”

 소통을 위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 이메일이다. 2003년부터 이메일로 소통을 시작해 2008년까지 일주일에 두 번씩 전체 직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지금은 거의 매일 이메일로 직원과 만난다. “지난해 7월부터 CJ 제약사업부에 있을 때 사기진작을 위해 메일을 매일 보냈고 GLS를 맡으면서 습관처럼 굳어졌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꼭 한 통씩 보냅니다. 주제는 부부 사랑·유머·회사 관련 내용까지 다양합니다.”

 직원들은 일주일 내내 대표 메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셈이다. 공통 메일뿐 아니라 개인 메일도 애용한다. 개인적으로 보낸 메일에는 반드시 답장을 해 준다. 간혹 비서나 총무팀에서 챙길 거라고 오해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다른 업무는 몰라도 이메일만큼은 직접 챙긴다. 모든 사람을 일일이 만나지 못하는 김 사장 입장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채널을 만든 셈이다.

 “서로 얼굴을 보지 않지만 진정성을 담으면 직원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진정한 소통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기에 해결해 줍니다.”

 김 사장은 올해 초 GLS를 새로 맡았다. 물류 기업은 처음이다. 최근에는 2013년 매출 3조원, 전체 매출의 52%를 해외에서 달성해 아시아 대표 물류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내놨다. 2020년에는 세계 ‘톱10’ 물류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2013년 목표는 지난해 거둔 전체 실적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물류는 해보지는 않았지만 경영 관점에서 보면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창고관리·운송·택배 등 전문적인 내용은 다를지 모르지만 본질은 비슷합니다. GLS는 설립한 지 12년밖에 안 됐는데 재무 구조가 탄탄하고 매출과 수익 성장 속도도 빠릅니다. 2008년까지 힘들었지만 지난해 반전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2013년 비전 달성을 확신하는 배경도 이런 자신감 때문입니다.”

 그가 꼽은 GLS만의 차별화 요소는 ‘IT 시스템’이다. “전자태그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RFID 기술을 현장에 적용한 물류 기업은 국내에 GLS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 화물 이동 흐름과 도착 예정 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주는 GCC(Global Control Center), 물류 프로세스 흐름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VMS(Visual Management System)도 마찬가지입니다. 5월에는 3차원 입체기술(3D)을 적용한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3D 비저빌리티(Visibility) 시스템’은 창고 내에 각 선반 공간마다 RFID 칩을 부착해 중앙시스템과 자동으로 송수신하면서 제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를 터치스크린 화면에 3D 영상으로 보여준다. 제품 유통 기한별 재고 현황, 진행 상태, 보관 일수별 재고 현황, 상품 출하빈도 등을 3D 화면으로 확인해 재고관리의 효율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

 김홍창 사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 스타일이다. 본인에게 엄격하지만 주변에는 관대하다. 존경하는 인물은 이순신 장군이다. 본인이 이순신 장군과 인연이 많은 경남 남해 출신이라는 점도 있지만 부드러운 리더십이 결국 사람을 움직이고 조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믿음 때문이다. 죽기를 각오로 싸우면 이긴다는 즉 ‘생즉사 사즉생’은 변치 않는 경영 철학으로 굳어졌다.

 김 사장은 “사업 검토를 끝낸 후 일단 시작을 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완수하며 중간에 그만두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사업·인생 모두 죽기를 각오하고 임할 때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