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 장악을 위한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간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외국 브랜드 자동차들이 올해 초반 먼저 칼을 들고 나오면서 시작된 자동차 가격 경쟁에 현대자동차까지 가세하면서 심화되고 있다.
소비자 처지에서는 더 좋은 가격에 차를 구입할 수 있어 업체간 경쟁구도를 크게 반기고 있다.
특히 국내외 업체들은 앞으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가격 조정이라는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올 하반기에도 이 같은 가격 경쟁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 현대차 무더기 가격 인하
= 현대자동차는 최근 제네시스와 그랜저, 쏘나타 등 주력 차종 가격을 전부 인하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말 후륜구동 세단 제네시스 2011년형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최대 502만원 내렸다.
이달 들어서도 현대차는 그랜저 24주년 기념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 조정에 승부수를 뒀다. 기념 모델임을 감안해 일부 사양을 추가했음에도 가격을 100만원 인하했다.
또 신형 쏘나타에 대해서도 옵션을 장착 모델로 전환하면서 최대 56만원가량 차량 가격을 조정했다.
이들 3개 모델은 현대차의 주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주력 모델의 가격을 조정해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앞으로도 추가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때 월 판매량이 1만대 이상이던 대표 차종 그랜저는 지난달 2229대 판매에 그치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의 지난 5월 내수 점유율은 42.5%로 2008년 9월 40%를 기록한 이래 2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GM대우도 8월 출시 예정인 알페온 모델 가격을 K7이나 그랜저보다 낮은 3000만원대 초반에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베리타스 모델도 500만원 낮췄다.
◆ 외국 브랜드 "추가 가격 인하"
= 유럽과 일본, 미국 등 외국 브랜드들은 더욱 공세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추면서 이 기회에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잡아보겠다는 의도다.
특히 대표적인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치고 받기식의 가격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먼저 벤츠는 작년 8월 신형 E클래스를 구형 대비 500만원가량 내려 내놓으면서 BMW를 제치고 단숨에 외국 브랜드 판매 순위 1위로 올라선 뒤 8개월 연속 정상을 지켰다.
이에 BMW는 지난 4월 `뉴5시리즈` 4개 모델을 구형 모델보다 100만원가량 내려 출시했고, BMW는 곧바로 5월에 외국 브랜드 업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벤츠는 최근 직분사 가솔린 엔진 CGI를 장착한 C클래스 2종, E클래스 1종 등 3종을 디젤 모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고, BMW도 퓨전카 형태인 그란투리스모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내놓으면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6000만원대 고급 수입차시장에서는 A6와 ES350을 앞세운 아우디와 렉서스도 가격 인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도요타와 닛산, 혼다, 인피니티 등도 세금 대납과 현금 지원, 상품권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실제 차량 가격 인하와 같은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부여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독일 프리미엄 업체들과 일본 양산차 업체들의 경쟁적인 가격 인하가 계속되면서 지금까지 출시와 함께 가격이 인상돼온 국산차들과 수입차와의 가격 차가 갈수록 좁혀졌다"면서 "내수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가격 경쟁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도 기자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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