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이 지난해 아이폰 열풍에 힘입어 서서히 열리고 있다. 유선인터넷 인프라의 세계 최강국이라는 칭호에 걸맞지 않게 낙후됐던 우리나라의 무선인터넷 환경이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 사용자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은 물론이고 무선인터넷과 관련 애플리케이션 이용도 손쉽게 이뤄졌다. 무선인터넷 요금 인하와 정부 공개, 무선망 확충 등 그동안 무선인터넷 활성화의 장벽으로 여겨졌던 걸림돌이 하나둘씩 치워졌다. 정부는 ‘무선 IT강국 비전’을 내놨으며 이동통신사들은 일제히 ‘탈통신’을 외쳤다. 전문가들은 유선에서 무선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리기 시작한 무선인터넷,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짚어본다.
◇정보의 무한 공유=무선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은 유선인터넷의 단점인 ‘장소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브라우저를 통하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든 이용 형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손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에서 모든 게 이뤄진다. 일반 이용자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급속히 보급된 스마트폰을 통해 버스 도착 정보를 확인하거나 지도를 통한 길찾기, 증강현실(AR) 앱으로 다양한 지역정보 등을 ‘이동’하면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무선인터넷도 이 같은 정보 활용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단순히 기존에 축적된 정보를 확인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이용자 스스로 생성하는 정보를 공유하거나 가공해 또다시 새로운 정보를 창조하는 단계가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 초기 형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서비스로 트위터, 포스퀘어가 꼽힌다. 위치기반 정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묶인 형태다. 현재는 단순히 본인의 위치 정보와 글을 올리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지역정보와 결합하거나 모바일 광고 및 쿠폰 등의 부가서비스가 결합돼 무선인터넷 활용성을 크게 높이는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같은 서비스들이 보편화되면 특정 지역에서 AR앱을 사용하거나 SNS를 이용할 경우, 관련 지역 정보가 스마트폰으로 전송되는 것으로 이용자가 사전에 선택한 카테고리에 맞춰 다양한 정보가 ‘푸시’형태로 날아오며 이를 다시 개인이나 사업자가 다시 활용하는 형태가 된다.
예를 들어, 평소에 맛집에 관심이 많은 이용자가 강남역에 도착해 AR앱을 띄우면 SNS 이용자들이 추천하는 강남역 주변의 맛집 정보가 팝업형태로 떠오르거나 음식점의 모바일 광고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용자는 이 가운데 한 광고를 선택하면 할인쿠폰이 저장돼 이용할 수 있게 되며 이용 후 다시 포인트로 적립되는 등 단순한 정보제공에서 직접 활용까지 이어지며 이 정보가 다시 다른 이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재가공된다.
송진섭 지텍스컨설팅그룹 대표컨설턴트는 “SNS와 결합된 위치정보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기존 유선인터넷에서 처리하던 정보량의 수백배, 많게는 수천배에 이르는 엄청난 정보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무선인터넷은 이를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활성화가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스타 기업도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산=무선인터넷으로 인한 변화는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 직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 대표적인 변화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꼽는다. 특정 서버 등에 저장된 정보를 무선망을 통해 불러들여 이용하는 형태다. 개념적으로는 10여년 전에 등장했던 네트워크컴퓨팅(NC)이 좀더 확장된 것이다. 이론은 간단하지만 서비스로 전환되면 이용자들에게나 산업적으로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다.
이미 많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초기 형태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이 이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경기를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상파 DMB가 없어도 TV 시청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현재 일부 모바일 웹하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영화 파일도 실시간 전송으로 시청할 수 있다. 이미 모바일IPTV가 이뤄지는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스마트폰에서 드라마 시리즈를 보다가 가정으로 이동해서 태블릿PC나 디지털TV 등을 통해 후속편을 이어서 보는 ‘N스크린’ 서비스까지 조만간 실현되면 본격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선인프라 확충으로 인해 이 같은 서비스가 빠르게 이를 가정 생활이나 직장 업무에 접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지난 10여년간 줄기차게 제기됐던 ‘유비쿼터스’도 실현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별취재팀: 김동석 차장(팀장) dskim@etnews.co.kr·서동규·홍기범·류경동·이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