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혁신을 위한 공식은 없습니다. 하지만 ‘실패 공식’은 있습니다.”
이희국 LG실트론 사장은 ‘산업융합시대 기술경영’을 주제로 기술경영의 키워드인 혁신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 것인지에 대해 말했다. 그는 “성공하기 위한 길은 기업마다 다르지만 ‘무엇’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점은 모든 기업이 같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실패 사례를 직접 소개했다. 블루레이와 HD-DVD 간 경쟁이 한창 뜨거웠던 수년 전, LG전자는 둘과 모두 호환하는 기기를 만들어냈다. 둘 중에 어느 쪽이 성공할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엉거주춤하게 발을 걸친 것. 이 사장은 그 뒤 블루레이가 경쟁에서 이기고 LG전자의 새로운 기기가 실패한 점을 예로 들며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명확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이 정해지면 다음은 ‘어떻게’다. 이 대표는 “혁신의 목표가 정해지면,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과정이 시스템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생산·공급망 등 전 과정에 있어 경쟁사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출 때 혁신에 성공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리더의 역할을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초기 아이디어를 확장해 샘플을 만들고 시장에서 테스트하는 과정을 충실히 이행할 때 혁신이 성공할 수 있다”며 “작은 회사는 리더가 집중해 혁신의 전 과정을 컨트롤해야 하고, 수십개 R&D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대기업은 CTO가 프로젝트 실행과 중단을 확실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이러한 혁신의 기본과 함께 개방성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동통신 업계의 최대 이슈는 3, 4세대 통신망 사업권 문제였지만 요즘 신문을 도배하는 건 스마트폰”이라며 “기술은 마치 럭비공과 같아서 어느 방향을 튈지 모른다”고 표현했다. 섣불리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선 유연성을 가져야 하고, 유연성은 폐쇄적 경영으로는 절대 확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파트너십을 통해 외부역량을 가져와 ‘내 옆자리’에 앉힐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