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한국 대표팀 벤치는 순식간에 텅 비었다. 이영표와 김동진은 그라운드에서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허정무 감독과 박지성·김남일 선수는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골을 기록한 박주영 역시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56년의 한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아시아 축구의 수준과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성과였다.
남아공 현지에서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던 한국 응원단 역시 자리를 뜨지 못하고,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기쁨을 함께했다. 서울광장, 삼성동 봉은사에서 밤을 지새웠던 시민들 역시 승리의 새벽을 맞았다. 해외 시민과 축구팬들 역시 이날 결과에 대해 아시아권 축구의 힘을 보여줬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쁨도 잠시, 56년 만에 원정 첫 16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이 신발끈을 다시 묶는다. 오는 26일 밤 11시(한국시각)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A조 1위로 올라온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16강을 넘어 4강 신화를 이룬 ‘어게인 2002’를 새로운 지상과제로 설정했다. 16강 상대인 우루과이와는 역대전적에서 4전 4패로 열세지만, 욱일승천하는 기세를 몰아 4강까지도 해볼 만 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허정무 감독은 “이제 갈 데까지 가봐야죠. 아직 양이 차지 않았습니다”는 말로 수정된 목표달성 의지를 나타냈다.
대표팀 공격수 이청용은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16강은 첫 번째 목표였다. 그러나 욕심이란 끝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은 만만치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유독 남미 국가와의 월드컵 경기에서 좋은 기억이 없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남미와 네 차례 맞붙어 1무 3패로 단 한 차례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우리의 16강전 상대인 우루과이는 이번 대회 A조 첫 경기에서 프랑스와 0-0으로 비긴 뒤 2, 3차전에서는 홈팀 남아공과 멕시코를 3-0, 1-0으로 눌러 2승1무(승점 7점)로 16강에 올랐다. 개인기량이 뛰어나지만, 조직력 측면에서는 여타 남미 국가들처럼 미흡한 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서 가전유통 업계의 마케팅도 절정에 달했다. 특히 유통업체에서 진행한 ‘16강 이벤트’는 현실이 됐다. 하이마트는 23일부터 전국 280여개 하이마트 지점에서 3DTV를 구입한 고객에게 현금 16만원을 준다. 지난 5월 14일부터 6월 11일까지 16강에 진출하면 3DTV 구매고객 모두에게 현금 16만원을 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송영봉 하이마트 판촉팀장은 “16강 진출로 TV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롯데홈쇼핑은 대한민국 대표선수단이 16강 진출을 확정짓게 되면서 TV 구매고객에게 구매금액의 16%를 적립금으로 지급하게 됐다. 5월 2일부터 6월 17일까지 진행된 ‘파이팅 16강! 롯데홈쇼핑에서 TV 사고 16% 돌려받자’를 통해 TV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16강 진출 시 구매금액의 16%를 적립금으로 지급하기로 했었다. 롯데홈쇼핑·롯데아이몰·롯데카탈로그 TV상품도 해당되며 적립금은 7월 1일 일괄 지급될 예정이다.
11번가는 원정 최초 16강 진출을 기념, 1만6000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최신 인기 스마트폰 ‘갤럭시S’를 추첨을 통해 증정한다. 또 16강을 넘어 8강을 기원하기 위한 응원 댓글 이벤트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은 16강 선전을 기념해 27일까지 백화점 방문고객(구매여부 상관없이) 응모를 받아 총 3명을 추첨해 월드컵을 기념해 한정 생산한 싼타페·YF소나타·아반떼 스페셜 에디션 각 1대씩을 경품으로 제공한다.
롯데닷컴은 캐논의 ‘대한민국 16강 기원 이벤트’를 오는 30일까지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160명을 추첨해 해피문화상품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옥션은 ‘16강까지 옥션에서 쏜다’ 행사를 통해 16강 기원 응원메시지를 남긴 모든 고객에게 1600원 쿠폰을 증정했다. 또 16강 진출 시 6월 한 달 동안 적립한 구매포인트에 대해 60%를 추가 적립해 주는 행사도 곧 실시할 예정이다.
김원석·허정윤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