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비즈니스벨트 어디로 가나?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되면서 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비벨트)의 향배가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재선정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충청권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권내 유치를 약속한데다 이미 선정 절차를 거친 만큼 수정안과 상관없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시각이다.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 측은 23일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 과비벨트나 기업 유치를 원점으로 돌린다며 국민을 계속 위협한다”면서 “과비벨트는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충청권의 표를 얻기 위해 스스로 제안한 공약 사안인데 이제와서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당선자 측은 “당초 이명박 캠프에서 과비벨트 적격지로 천안 등을 직접 거론했으며, 수정안에 앞서 선정작업을 벌여 세종시로 결정한 것도 현 정부”라면서 “상황에 따라 자꾸 말바꾸기를 하면서 또다시 왜곡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과비벨트 추진을 담은 관련 법은 지난해 2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제출돼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당초 3조5000억원이라는 재원 마련이 걸림돌이 돼 계류됐다가 정부와 여당이 세종시를 과학교육중심 경제도시로 바꾸는 과정에서 유관 법들과 함께 처리하기 위해 또다시 순연했다.

문제는 수정안 부결 이후, 과비벨트법을 별도 처리하는 데 대해 여야는 물론이고 지자체별도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과비벨트법 처리를 맡은 변재일 교육과학기술위원장(민주당·충북 청원)은 “9부 2처 2청을 세종시로 옮기는 확실한 신뢰가 있어야 과비벨트법 처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정안이 부결되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반면에 정부와 여당은 “수정안이 부결되면 과비벨트는 별도로 처리하는 게 맞다”면서도 “원형지 공급이나 세제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 지원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비충청권 지자체 중 일부는 재선정 방침이 정해지면 유치 경쟁에 나설지를 놓고 내부 검토 중이다.

과학기술계는 이 같은 정치권과 정부의 흐름에 과비벨트가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과기계 단체장은 “원천·기초기술을 확보하고 경쟁력 있는 과학 인재를 양성하려면 과비벨트 설치가 시급하다”면서 “더 이상 정치적 논쟁에 휩쓸려 소모적인 싸움이 되지 않도록 조속히 별도 처리해달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