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슬로시티를 가다

[화제의 책]슬로시티를 가다

 ◇슬로시티를 가다

 장정희 지음. 휴먼앤드북스 펴냄.

 

 한가롭게 거닐기, 남의 말 잘 듣기, 꿈꾸기, 기다리기, 마음의 고향 찾기, 글쓰기, 명상하기, 자동차 덜 타기, 제한속도 지키기, 걷기 및 자전거 타기….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뿌듯해지는 일들이다. 눈을 뜨는 둥 마는 둥 두서없이 옷을 챙겨 입고 회사에 나왔다가 저녁 자리에 끼어 술 한잔 걸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우리네 일상에서는 쉬이 상상이 안 된다. ‘떠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일상을 완전히 잊고 훌쩍 떠나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란 것은 누구나 안다.

 ‘슬로시티를 가다’는 ‘느림과 여유의 미학’을 갖자는 취지로 탄생한 한국의 대표 ‘슬로시티’ 다섯 곳을 거닐며 삶의 가치를 배우는 여정이 담긴 여행 에세이다. 슬로시티는 지난 1999년 이탈리아 소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에서 시작된 ‘느리게 살기’ 운동의 일환이다. 자연 생태 보호,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 슬로푸드 농법 적용, 지역 특산품 지키기 등이 주요 활동으로 현재 전 세계 20개국 132개 도시가 슬로시티로 선정됐다. 우리나라는 세계슬로시티연맹본부의 실사를 거쳐 2007년 12월 전라남도의 완도 청산도·장흥 유치·신안 증도·담양 창평이 슬로시티로 선정됐고, 이후 경남 하동 악양과 충남 예산이 추가 선정돼 현재 총 여섯 곳의 슬로시티가 있다.

 저자는 바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과 강박증의 시대, 그 속에서 일 중독자처럼 살아가던 자신을 자연과 풍경 속에 가만히 내려놓는 일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슬로시티에서처럼 주변 모든 것과 모두에게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인다면 굳이 떠나지 않아도 일상이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슬로시티 청산도를 그렇게 돌아볼 수는 없는 일이다. 속살을 제대로 보려거든 최대한 느린 걸음으로 사물 하나하나에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보리 이삭이 가만가만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을 해찰하며 싸목싸목 걸어야 한다.’ 1만45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