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빗길과 같은 젖은 노면에서 시속 100㎞로 운행하다가 급제동하면 마른 노면에 비해 제동거리가 평균 4.2m 길어지며, 차종에 따라서는 최대 8.8m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토해양부가 매년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동안전성 시험결과를 분석(2006년∼2009년)해 얻은 사실이다.
젖은 노면은 마른 노면에 비해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마찰저항이 낮기 때문에 제동거리가 더 길어진다. 31개 시험 차종 중 현대 제네시스 쿠페, BMW 528i, 기아 모하비는 젖은 노면 제동거리가 짧게(43.2∼44.2m) 가능했던 반면, 기아 봉고Ⅲ, 쌍용 카이런, 쌍용 액티언은 길게(54∼57.2m) 나타났다.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의 제동거리에 차이가 적은 차로는 모하비, 기아 쏘울, 쌍용 체어맨W(0.9∼1.8m)가 꼽혔고, 현대 싼타페, 봉고Ⅲ, 카이런은 차이가 큰(7.4∼8.8m) 것으로 나타났다.
차종별로는 화물, 승합, SUV, 승용차 순으로 제동거리가 길었다. 차량 중량이 큰 승합 및 화물자동차 등은 빗길운전 시 더욱 주의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수치는 숙련된 전문 운전자를 통해 시험한 결과이기 때문에 여성이나 고령자 등 브레이크를 밟는 힘이 부족할 수 있는 운전자는 제동거리가 더욱 길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시험 차량은 모두 ABS를 장착했으며, 제동시험 중 차선 이탈은 없었다.
국토해양부는 ABS 등 차량에 적용된 안전장치를 과신하지 말고 자동차의 바퀴가 노면과 충분한 마찰력을 발휘하여 운전자의 의도대로 안전하게 정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속도를 낮추는 방어운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젖은 노면에서는 주행속도를 평소보다 20% 정도 줄이고, 차간거리를 충분히 유지하는 운전습관이 중요하다. 아울러 장마철에는 타이어의 공기압을 평소보다 10% 정도 높여주는 것이 좋다. 타이어 표면의 배수성능을 향상시켜 수막현상에 의한 미끄러짐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한낮의 기온과 야간의 기온 차가 큰 여름철에는 타이어의 팽창과 수축으로 타이어의 공기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최소 한 달에 한번은 공기압을 확인해줄 필요가 있다.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타이어의 마모상태도 점검해두어야 한다. 심하게 마모된 타이어는 접지력과 제동력을 떨어뜨리고 수막현상이 더 쉽게 나타난다. 와이퍼는 물론, 제습 기능을 담당하는 에어컨도 제 기능을 하는지 미리 확인해 두어야 갑작스레 쏟아지는 비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국토해양부가 제시한 빗길 자동차 운전 시 유의 사항은 다음과 같다. ① 빗길 운전의 경우 앞 유리창에 김이 서리거나 물기가 있어서 시야를 방해하고 시계는 와이퍼의 작동 범위에 한정되므로 좌·우의 안전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② 특히, 젖은 노면에 토사가 흘러내려 진흙이 깔려있는 곳은 다른 곳보다도 더욱 미끄러우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③ 비오는 날에는 경음기를 울려도 빗소리로 인해 보행자가 잘 듣지 못하므로, 우산을 받쳐 들고 차도로 뛰어드는 보행자에 대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민병권 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