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지식ⓔ

 

<이은용기자의 책 다시보기>

◇지식ⓔ

 EBS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북하우스 펴냄.

 

 커피와 햄버거… 그리고 축구공! 지금 세계 축구팬의 시선이 온통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공인구 ‘자불라니’에 쏠렸다. 지난 23일 새벽에는 공이 굴러간 방향 때문에 나이지리아·그리스와 한국 축구팬의 울고 웃는 표정이 엇갈리기도 했다.

 “우리는 축구공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우리가 아는 축구공은 하루 종일 바느질을 하던 기억뿐이랍니다.”(1권 47쪽)

 일당 300원을 받는 인도와 파키스탄 어린이의 축구공이 그렇다.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구는 대체로 5각형 12개와 6각형 20개의 가죽으로 만든다. 가죽 조각 32개를 꿰매기 위해 바느질을 1620회 정도 해야 한다. ‘지식ⓔ’ 1권(1판 1쇄 2007년 4월)에서 2006년 11월 기준으로 ‘나이키’ 축구공을 만드는 파키스탄 노동자 4만5000여명은 대부분 어린이였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5∼6세 어린이는 하루 13∼14시간 동안 축구공 하나를 만들어 100∼150원 정도를 벌었다. 그 무렵 가장 각광받던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은 “이 세상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단 하나, 공을 차는 것이었다”며 파키스탄 어린이가 꿰맨 축구공을 차 하루에 2000만원을 받았다.

 커피와 햄버거로 시선을 돌려보자. 케냐·과테말라·브라질·인도네시아의 농민은 커피 45잔을 만들 수 있는 원두 0.45㎏을 팔아 약 60센트를 번다(1권 33쪽). 햄버거 한 조각에 필요한 쇠고기 100g을 얻으려고 숲 5㎡를 태워 목장을 만든다(1권 39쪽).

 거북하고 괴롭다. 머리에 있으되 가슴으로 느끼지 못했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채 눙쳤던 일들이 쪽마다 또렷하게 아로새겨졌기 때문이다. 창피해 낯이 후끈거린다!

 ‘지식ⓔ’ 2권(1판 1쇄 2007년 12월)을 펴면 ‘술’로 웃고(66∼73쪽) ‘기자’를 울린 대기업 횡포에 노엽다(102∼109쪽). 또 불쌍한 ‘대한민국 초딩’에 울고(216∼221쪽), 첨바왐바 ‘텁 섬핑(Tub thumping)’에 즐겁다(284∼291쪽).

 2008년 7월에 만난 3권의 무게는 대단했다. 사람과 사람…, 그 절절한 삶이 읽는 이의 부끄러움을 더했다. 2009년 2월에 나온 4권은 날카로웠고, 11월에 만난 5권은 넓었다. 시대를 거스르는 정부의 ‘불통’을 질타하고(4권 150쪽), 알프스에서 시작해 히말라야로 이어지는 한국 산악계의 경쟁적 기록 등반을 통쾌하게 비웃었다(5권 23쪽).

 “한국 매스컴들은 여전히 ‘히말라야 최고봉 몇 좌 정복’ 식의 아이템이 기사화하기에 좋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매스컴과 대중의 눈높이가 8000m급에 일률적으로 꽂혀 있는 셈이라고나 할까.”

 고산거벽 등반 전문 산악인 김세준 씨처럼 이제 ‘1등’을 버릴 때다. 세계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합류할 때다.

 저자(EBS ‘지식채널ⓔ’ 제작팀)는 “방송 시간 5분을 채우기 위해 하루의 나머지 23시간 55분을 미련 없이 버리며 살았지만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며 TV에 ‘작은 창’ 하나를 만들었다. 그 ‘작은 창’의 힘은 강력했고 ‘지식ⓔ’ 시리즈로 거의 모든 것을 담아낼 기세다. 늘 마음에 두고 되새길 ‘창’이다.

  국제팀장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