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아프리카 공략 속도낸다

# 삼성전자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전략회의. 본사와 외국 현지 인력까지 모두 400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주된 화두는 신흥국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지에 대한 것이다. 참석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신흥국 시장의 중심은 아프리카다.

23일에는 아프리카 현지 영업 책임자들이 삼성전자 본사 각 부문 핵심 인력들과 미팅을 했다. 디지털영상사업부와 무선사업부 등 TV와 휴대전화, 가전제품 판매 분야가 모두 망라됐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현지 주도로 시장 정보와 아이디어를 반영해 차별된 혁신 제품을 발굴할 것`과 `3D TV와 스마트폰 등 전략 제품에 대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 지난 16일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 회의. 이날 삼성그룹 사장단은 서상현 한국외국어대 아프리카연구소장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강연 주제는 `아프리카 시장의 이해`. 앞으로 10년간 연 평균 5.8%씩 성장할 것으로 추산되는 아프리카 시장 공략 방안을 고민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들이 아프리카를 공략하기 위해 고삐를 강하게 조이고 있다.

한두 기업이 아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ㆍ기아차 SK에너지 포스코 KT 한화 STX 등 국내 주요 그룹 상당수가 나서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지휘하고 있고 이런저런 `아프리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여기에 기업마다 시장 마케팅 능력과 영업 인력을 크게 키우고 있다.

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할 `최대 호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KOTRA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 유럽 중국 등 기존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혀 개척이 안 된 아프리카 시장에서 새로운 파이를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한국 브랜드와 함께 국내 기업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 판매를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월드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 총수나 CEO가 움직이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이달 초 원료를 조달할 광산을 확보하기 위해 남아공 모잠비크 짐바브웨 등을 방문한 데 이어 구자영 SK에너지 사장도 청정 석탄 개발을 위해 최근 남아공을 방문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KT 관계자들과 함께 남아공을 방문해 아프리카 통신사업 진출을 적극 모색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당초 계획을 접기는 했지만 이달 중순 아프리카 지역 방문을 적극 검토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세계 경제 성장의 중심이 될 신흥시장에 자원 투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긴 안목으로 현지 인재를 키우고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며 신흥시장 개척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LG그룹은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이달 현재 남아공 지역에서 3D TV 로드쇼를 열고 친환경 캠페인을 벌이면서 요하네스버그 유명 복합문화공간에 이색 광고물을 설치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위해 파상공세를 벌이고 있다. 현대차는 향후 5년 동안 아프리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집중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도 아프리카 시장이 가진 이러한 잠재력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판매점 고급화와 함께 월드컵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기업 총수나 CEO 방문이 다음달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우선 다음달 말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 아프리카 지역 순방에 기업 총수와 CEO 수십 명이 동행할 가능성이 높다.

조환익 KOTRA 사장은 "아프리카 시장 공략은 사하라 이남과 이북으로 구분해 투 트랙(Two Track) 방식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전자제품과 TV 등 판매와 건설 플랜트 등 사업 공략을 이원화해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김경도 기자 /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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