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구루들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라”고 말할 때는 멋있어 보이고 고개가 끄덕여졌는데 막상 내가 현실에서 실천하고 나면 영 부작용만 남는다. 재미있는 일에 집중하고, 일이 싫어지면 뒤끝 없이 뒤돌아섰다. 불확실한 진로가 두렵고 우울한 날엔 한동안 잠수를 탔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열정이 샘솟는 날엔 밤잠을 안 자며 일에 파고들었다. 늘 내 감정에 솔직하고 충실했다. 하지만 친동생이 있다면 이렇게 살라고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남는 게 없고 삶이 너무 힘들다. 감정을 억누르고 버티는 사람이 결국 무언가를 거두는 것 같다.
결혼 적령기의 처녀총각도 그렇다.
사랑을 선택할지 조건을 선택할지, 가장 중요한 것을 결정하고 거기에 충실해야 하는데 무엇이 중요한지 모를 때 마음이 펄럭거린다. 양손에 감자를 쥐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형국이다. 사랑을 결정한 사람은 조건을 봤어야 했다고 후회하고 조건을 결정한 사람은 사랑을 그리워한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라’는 것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고 후회없이 그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그 외의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는 각오를 하는 것이다. 자유를 선택했으면 안정을 포기해야 하고 안정을 선택했으면 자유가 침범당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중에 어떤 것이 내 진정한 욕구인지 알아내는 것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다. 이것을 모를 때는 그때그때 감정에 따라 치우친다. 그것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감정’을 모르는 것이다. ‘가장 소중한 것’이 뭔지 모르니까 그때그때 바뀌는 일시적인 유혹에 휘둘리는 것이다. 자기 욕망을 제대로 알고 구체화시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실현하고 나면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하다. 이것을 발견하고 충실하게 살아갔던 정신적 구루들은 확신을 갖고 친동생뿐만 아니라 제 자식, 후세에게 이 말을 길이길이 남긴 것이다.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실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