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한 가지 재주만 갖기도 힘든 세상이라는 생각을 이석우 NHN USA 대표는 여지 없이 무너뜨린다. 동양사학 전공 출신으로 중앙 일간지에서 기자를 하다가 도미(渡美), 로스쿨을 졸업한 후 시작한 변호사 활동을 접고 귀국, 법무 담당 임원에서 미국 법인장까지 변신한 주인공이 이 대표다. 이 대표는 게다가 회사 내는 물론 네티즌들 사이에서까지 잘 알려져 있는 ‘와인 전문가’이기도 하다. 두주불사의 체력에 언제나 환하게 웃는 친화력까지 갖췄다.
이 대표의 요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미국에서 온라인게임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까’ 단 하나에 맞춰져 있다. 미국 로펌 변호사 출신인 탓에 현지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넘어야 할 산이 높다.
NHN USA는 NHN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2005년 7월 설립한 현지 법인이다. 미국 최초의 멀티 플레이어 온라인 게임 포털 이지닷컴(www.ijji.com)을 운영하고 있다. 이지닷컴은 ‘건바운드’를 시작으로 레이싱게임 ‘스키드러쉬’와 본격 밀리터리 FPS ‘스페셜포스’, 역사 MMORPG ‘군주온라인’ 등을 연이어 선보였다. 2008년 말에는 ‘루니아전기’와 ‘로한’ 등 한국 내에서 검증된 게임을 속속 내놨다. 한국 게임 개발사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완성도 높은 게임들을 선보이며 110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했고 매출도 연간 1000만달러를 돌파했다. 소기의 성과는 거뒀지만 이 대표는 “아직 갈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비디오게임 위주인 미국 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은 여전히 낯설다. 그래도 이 대표는 향후 전망을 밝게 본다. 그는 이유를 간단히 설명한다. “비디오게임은 당장 돈을 내야하지만 온라인게임은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비디오게임은 기본적으로 300달러 정도의 게임기가 필요하다. 게임 하나를 살 때도 50달러 내외가 든다. 반면 온라인게임은 대개 무료다. 게임 내에서 유료 아이템을 팔고 있지만 안 사도 게임 자체를 못하지는 않는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비디오게임과 온라인게임의 수준 차이가 났지만 이제는 그 간격이 매우 좁아졌다”라며 “특히 한국 온라안게임은 첫인상인 그래픽운 물론 완성도 면에서도 이제 세계적 비디오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평가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한국 온라인게임이 재미있어도 결제 수단이 없으면 도루묵이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휴대폰 소액결제 등 유료 아이템 구매 수단이 적다. 이 대표는 그 대안을 ‘이지닷컴 지코인카드’라는 이름의 선불 게임 카드에서 찾았다. 선불카드 효과의 관건은 유통망 확대에 달려 있다. 선불카드 이외에 휴대폰 결제 등 온오프라인의 소액 결제 수단을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온라인게임에 대한 현지 인지도 향상과 지속적인 현지화의 노력에 힘입어 성장세는 가파르다”며 “미국 게이머들의 성향에 맞는 다양한 게임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한편, 안정적인 유료화 서비스의 정착을 위한 시스템 개선과 현지 게이머들의 이용편의 향상에 주력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또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 및 남미 등의 영어권 국가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얼바인(미국)=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