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3년 6월 23일, 프랑스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는는 물(H2O)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라부아지에의 실험은 먼저 긴 주철관을 화로 속으로 통과시켜 뜨겁게 달군 후에, 물을 천천히 따라 붓는 것으로 시작된다. 긴 관을 통과하면서 물로부터 분해된 산소는 주철관의 철과 결합하여 질량이 증가된 상태로 나타나고, 냉각수를 통과한 나머지 성분들로부터 수소 기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창해 오랫동안 믿어져 온 4원소설을 깬 결과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4원소설을 통해 세상의 근본 물질 중 하나가 물이라고 정의했지만, 라부아지에의 실험에 의하면 물은 나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라부아지에는 1743년 파리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당시 유명한 변호사였고 집안은 부유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법과대학에서 공부하고, 졸업 후에는 공직자로 조세업무를 담당, 37세에는 국세청장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직업과 무관하게 과학 연구를 했다. 활발한 연구로 1768년 25세의 젊은 나이로 아카데미 부회원이 됐다.
그가 화학사에 남긴 업적의 핵심은 새로운 연소이론의 확립이다. 이 연구는 1772년 다이아몬드의 연소실험 보고로 시작되었는데, 이어 인·황·금속의 연소실험을 밀폐기 속에서 실시해, 공기가 흡수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해는 이산화탄소를 중심으로 하는 영국의 기체연구가 도입된 시기였으며, 그는 연소 연구를 기체연구와 결부해 ‘화학혁명’을 수행하려 했다.
이를 위해선 당시 널리 보급돼 있던 플로지스톤설(說)과 보일의 ‘불의 입자설’을 극복해야만 했다. 1774년 1월 출판한 ‘물리학적·화학적 논문’ 은 이와 같은 연구를 정리한 것으로 납을 밀폐기 속에서 연소시키면 공기가 흡수되며, 반대로 연단을 숯과 함께 연소시키면 공기(사실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유명한 실험이 기록돼 있다.
계속되는 실험을 통해 그는 공기가 두 종류의 기체로 되어 있으며, 하나는 연소와 호흡에 쓰이고, 다른 하나는 유독기체(질소가스)라는 점을 밝혀냈다. 이와 같은 그의 연소이론은 호흡현상을 부차적으로 해명키도 했다. 즉 산소를 마셔 이산화탄소를 토해내는 것을 동물과 사람으로 실험했고, 라플라스와 함께 빙열량계를 고안하여 호흡이 연소와 동일한 것이라는 점을 밝힌 것.
열화학의 기초를 닦은 그는 프랑스혁명이 일어나자 구체제의 세금청부인으로 고발돼 1794년 5윌 8일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수학자 라그랑주는 “이 머리를 베어버리기에는 일순간으로 족하지만, 같은 두뇌를 만들려면 100년도 더 걸릴 것이다”라고 그의 죽음을 애통해 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자료협조=국립과천과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