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과 건강을 위한 고령친화 기술’을 주제로 열린 ‘ICOST(International Conference on Smart Home & Health Telematics 국제 스마트 홈&헬스 텔레매틱스 콘퍼런스) 2010’이 나흘간 일정을 끝내고 24일 폐막했다. 서울에서 열린 세계대회는 미래 주택과 u헬스 분야 석학 1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학계 수준에서 논의되던 정보통신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 홈과 u헬스가 실제 현장에 접목되기 시작했다며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새로운 성장 분야로 떠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세계대회 폐막과 맞물려 u헬스 성과와 과제 등을 짚어 보는 결산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 참석자
-로날드 메렐 교수(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
-무니어 목타리 교수(프랑스국립연구센터)
-다무라 도시요 교수(일본 지바대학)
-이연숙 교수(연세대·ICOST 2010 조직위원장)
-정종문 교수(연세대·사회)
◇사회(정종문 교수)=ICOST 는 어떤 행사인가.
◇무니어 목타리 교수=ICOST 설립 초기부터 참여했다. 학술대회를 만든 목적은 u헬스 분야를 글로벌한 시각에서 논의해 보자는 배경이었다. 그 때 한국에서는 KAIST가 적극적이었다. 대회를 준비할 당시인 2003년에는 스마트 홈·u헬스와 연계한 네트워크 기술, 컴퓨터 과학 등을 같이 고민해 보자는 수준이었다. 딱히 노인이 수요 계층도 아니었다. 이어 스마트 홈·의학·센서 네트워크와 같은 기술을 서로 융합해 가시적인 연구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대회 위상과 역할이 명확해졌다. 수요 계층도 점차 노인에 맞추어 졌다. 참여 대상도 학교와 연구계에서 산업계와 일반인으로 확대했다. 대회에서 발표되는 논문은 올해가 8회째지만 아직도 응모 논문 중 30%만 엄선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사회=올해 학술대회 주제와 u헬스 산업 현안은.
◇이연숙 교수=삶의 질이 점차 높아지면서 건강이 중요해졌다. 건강에 취약한 게 노인층인데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그만큼 더 이상 정부에서도 미룰 수 없는 현안으로 떠올랐다. u헬스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봐야 하는 배경이다. 주택과 u헬스는 밀접하게 연관된다. 우리가 거주하는 주택은 헬스케어 중심 장소로 자리 잡았다. 또 이를 돕는 게 정보통신기술(ICT)이다. 대회 주제를 ‘디지털 에이징’으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목타리 교수=수년 동안 축적한 연구 성과를 검증해 볼 시점이다. 현장에 적용해 보고 관련 시설을 만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비로소 기술 개발의 의미가 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학술 대회를 정부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기 시작했다. 가령 프랑스에서는 ICOST에서 제시한 연구 주제로 새로운 u헬스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매년 60만유로 가량을 5년 동안 투자해 연구 내용을 현장에 접목한다. 이처럼 학술대회에서 나온 연구 성과가 프랑스뿐 아니라 EU 전체, 미국·아시아 등 전 지역으로 확대돼야 한다.
◇로날드 메렐 교수=먼저 이번 ICOST에 의학저널 에디터가 한 곳에 모여 논의할 수 있어 기뻤다. 올해 u헬스 분야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개발된 기술이 실제로 적용하고 성능과 생활 개선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통계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데 있다. 이는 산업계와 정부를 설득해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다. 멀티 센터 기준이 되는 데이터를 모으고 가격도 합리적으로 만들고 의학적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앞으로 5년 동안 u헬스 분야의 최대 관심사다.
◇다무라 도시요 교수=우리는 그동안 엔지니어 입장에서 기술만 생각했다. 사용자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형태로 가야하는 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병원과 요양원을 통해 u헬스를 경험한다고 해도 아직은 익숙지 않을 뿐더러 가격이 비싸고 해서 사용하는 방법도 몰랐다. 그러나 이제 인식이 확 바뀌었다. 일본만에도 장수 재단이 만들어지고 스마트 홈과 텔레매틱스를 함께 연구하기 시작했다. 기술과 의학, 사용자 요구를 모두 조망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심장 박동수나 신체 정보를 이용해 검사하고 헬스와 스마트 홈을 위한 각종 장치를 고안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졌다. 로봇도 u헬스 분야에 빠르게 침투 중이다. 로봇은 u헬스에 중요한 부분인데 활용을 위해서는 크기·무게를 고려해야 한다. 크기가 작고 시스템이 단순한 로봇이 개발돼야 한다. 아울러 u헬스 발전을 위해서는 IT와 의학·공학, 여기에 혼합한 융합 기술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회=u헬스 분야가 왜 지금 시점에 필요한가.
◇목타리 교수=귀납법 방식이 설명이 빠를 듯 하다. 인구통계학적으로 보면 고령화 사회는 피할 수 없다. 이들을 위한 사회보장 제도, 연금, 의료보험 제도는 모두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프랑스·유럽·한국까지 어느 나라를 봐도 피할 수 없는 결론이다. 이런 결론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령화 사회에 대안을 주어야 한다. IT와 텔레매틱스가 대안이다. 기술과 결합한 솔루션 등을 충분히 할용해 해결책을 강구하고 미래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연숙 교수=한국에서 왜 이 대회를 주최했는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이행 중인데 아직도 무방비 상태다. 기술은 단시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도 중요하지만 환경도 중요하다. 도시 정비부터 주택까지 우리보다 앞선 일본은 점차 바뀌는 추세다.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삶을 어떻게 풍요하게 만들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산업화가 생태계 위기를 조성해서 공생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다음은 더불어 사는 삶이다. 고령 인구 많아지고 정보격차 심해질수록 더불어 통합된 삶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를 이용하는 사람이다. 사람에 적합한 기술, 융합 과학을 국가 기간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아무리 기술을 개발해도 사용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힘들다. 사용자에 기반해 기술을 개발하면 시행착오 줄일 수 있다.
정리=강병준·박창규 기자 bjkang@etnews.co.kr
<참석자 주요 약력, 개별 사진과 함께>
◆무니어 목타리 교수=ICOST 콘퍼런스 창립 멤버로 프랑스 인스티튜트 텔레콤의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프랑스국립연구센터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피에르·마리 퀴리 연구소 등에서 수학 후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간과 기기의 상호작용, 보조환경, 재활로봇과 의료 텔레매틱스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해 왔다. 지금은 유럽 내 여러 국가의 산업·연구기관과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94년부터 프랑스 파리 클레망틴 재활병원에 필요한 의료 지원 체계를 갖추는 작업을 진행했다. 99년에는 장애인을 위한 공학과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핸디콤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에는 교수와 직원, 박사과정 포함 약 15명이 근무한다.
◆로날드 메렐 교수=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VCU) 외과 교수다. 앨라배마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했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교수진에 합류했다. 99년부터 2003년까지 VCU 외과 학과장을 역임했다. 주된 관심사는 인터넷을 통한 원격 진료와 의료 정보학이다. NASA와 함께 아르메니아 구호에 참여한 인연으로 관심이 더욱 구체화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그리스·이집트·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의 국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의료 정보학 분야 연구의 틀을 체계적으로 갖추었다. 연구와 관련해 250여 권을 저술했으며, 의학 전문 잡지의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다무라 도시요 교수=도시요 교수는 일본 지바대학에 재직하며 의료 시스템 공학을 가르치고 있다. 일본 내 여러 대학에서 외래 교수로 활동 중이다. 게이오 대학에서 71년과 73년에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80년 도쿄 의학과 치과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96년부터 2000년까지 IEEE와 EMBS의 도쿄 대표로 활동했으며, 2004년까지 EMBS 아시아 대표를 역임했다. 연구 분야는 생명 의학 계측과 생물 의학이다. 통신을 이용한 원격진료와 홈 케어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의료 전자와 생물공학을 연구하는 일본 단체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의학·생물공학 잡지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연숙 교수=연세대학교 주거환경학과에 재직 중이다.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원에서 주거 환경과 실내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노년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주거 환경·기술·사회 문화적 논의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학계와 정부·산업계가 디지털 에이징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노력해왔다. ICOST 2010 한국 개최를 준비하는 등 국내 관련 현안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