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섹션톱/하이마트 선종구 사장 “남들이 땅 팔때 우리는 매장을 낸다”

 

 하이마트가 올해로 설립 10년을 맞았다. 국내 첫 전자전문점으로 전자 유통 시장을 개척한 이후 10년 만에 매출 3조원을 앞둔 ‘유통 거목’으로 성장했다. 선종구 사장(63)은 성공 비결로 ‘스피드 경영’을, 가장 큰 성과로 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가전 시장을 바꿔 놓은 점을 꼽았다.

 “현장에 기반한 스피드 경영이 지금의 하이마트를 만들었습니다. 한 때 업계에서는 ‘경쟁 업체는 땅을 파는데 하이마트는 매장을 열고 있다”는 말이 유행할 만큼 모든 게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지금도 현장 결재가 기본입니다. 고효율 경영도 강점입니다. 하이마트는 본사 인원이 200명을 넘지 않습니다. 이마저도 현장과 직접 관련한 구매·마케팅 부서 인력입니다. 지원과 관리 인원을 최소화하는 대신에 고객과 접점인 판매 현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식입니다.”

 하이마트는 2000년 대우에서 분리해 출범할 당시 매출이 1조2000억원이었다. 지난해 2조7000억 원에 이어 10년을 맞는 올해 3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단층 100평에 불과했던 평균 매장 규모도 5층 1000평의 초대형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3000여 종에 불과하던 상품 수도 1만5000개로 늘었다. 전국 주요 도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전자전문점으로 성장한 셈이다.

 “지난해 하이마트 포인트 카드 고객이 10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좀 과장해 대한민국 모든 가정이 하이마트 고객입니다. 하이마트 이전에 전자전문점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입니다. 이는 먼저 시장 흐름이 맞아 떨어졌습니다. 90년대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전문점이 유통을 주도했습니다. 반면 우리는 삼성·LG·대우 등 제조업체 대리점이 시장의 90% 이상을 과점했습니다. 대리점은 제품 가격 안정과 이익 확보가 최우선입니다. 소비자 편의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다양한 브랜드를 비교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 매장을 돌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했습니다.”

 선 사장은 “단일 브랜드만 취급하는 대리점과 달리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서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선택 폭을 넓힌 게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하이마트는 또 중소 브랜드의 유통망을 넓히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하이마트와 거래하는 중소업체는 120개에 달한다. 전체 매출에서 중소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국내에서 삼성·LG 위상을 고려하면 하이마트는 중소기업의 유통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크게 일조했다.

 “자체 유통망을 가진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추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중국 브랜드를 취급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당장 매출에 보탬이 되겠지만 가격 경쟁에 따라 자칫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업체에 대한 불편한 속내도 내비쳤다. 유통과 제조 역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 전자제품 유통 시장은 좀 특이합니다. 하이마트가 시장 점유율은 25%로 업계 1위이지만 아직도 삼성·LG 대리점이 50%를 차지할 정도로 제조사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반면 유통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은 제조와 유통이 철저히 분리돼 있습니다. 미국은 물론 제조업이 강한 일본도 유통의 비중이 90% 이상입니다. 우리도 제조, 유통 각 영역에서 전문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제조업체는 품질을 높이고 생산 단가를 낮추는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합니다.”

 선 사장은 “심지어 자기 회사 제품을 팔아주는 유통 회사의 매장 바로 옆에 자기 회사 매장을 내서 출혈 경쟁을 하는 건 후진적인 유통 구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이마트는 내년 상장을 앞두고 있다. 최근 대우증권을 주관사로, 우리증권을 부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2020년 매출 10조원, 기업 가치 20배 성장이라는 ‘비전 2020’도 공개했다. 선 사장은 “가전 중심에서 PC·디지털 상품에 이어 모바일과 정보통신 상품으로 사업군을 넓히고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 등 유통업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며 “하이마트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