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Champ] ③ 토비스, 카지노 모니터에 집중…세계 2위

"똑같은 모니터는 싫었어요. 같은 산업용 모니터라도 반드시 틈새 분야가 있을 거라고 믿었죠. 남들이 잘 주목하지 않던 카지노용 모니터가 바로 그것입니다."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산업용 모니터 생산업체 토비스의 김용범 대표는 1위 고객 선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회사의 주요 사업 분야는 트랜지스터 박막LCD 모듈(LCM)과 카지노용 모니터. 하지만 토비스를 강소기업 반열에 올려 놓은 것은 주로 휴대폰과 MP4플레이어 등 중소형 기기에 적용되는 LCM이 아니라 특수 분야 시장인 카지노 모니터 덕분이다.

토비스는 현재 세계 최대 슬롯머신 제조업체인 미국 IGT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토비스의 이 분야 모니터 세계시장 점유율은 18%에 달할 정도. 당당한 세계 2위다.

지금의 토비스는 김용범 사장이 대표로 있던 산업용 모니터 생산업체 토비스와 하희조 사장이 대표로 있던 LCM 생산업체 네오디스가 2007년 합병한 회사다. 특히 1998년 토비스를 창업한 김 사장은 일반 모니터보다 수익성이 좋은 카지노용 모니터를 생산하기로 결심하고 IGT를 핵심 고객으로 삼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세웠다. 대우전자 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들과 함께 창업했기 때문에 기술력만큼은 자신 있었다.

1위 업체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토비스 제품만의 차별화된 기술이 필요했다. 김 대표는 기존 카지노 모니터 부피가 너무 크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모니터 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조절판(컨트롤 보드) 부피를 줄이는 일이 필요했다. 그는 "모니터가 크면 전체적인 카지노 내부 미관을 해치기 쉽다"며 "콤팩트한 모니터 생산을 위해 초소형 부품 개발에 주력한 결과 다른 경쟁 업체보다도 더욱 작은 모니터 양산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토비스가 경쟁사보다 더 많은 모니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IGT가 요구한 `기술 스펙`을 만족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토비스는 자사 모니터 제품명세서에 `평균 무(無)고장 시간`을 표시했다. 샘플을 수십, 수백 차례 가동하며 고장이 나지 않는 평균 시간을 측정한 뒤 이를 명기한 것이다. 물론 IGT가 이러한 사항을 먼저 요구하진 않았지만 토비스는 쉴 새 없이 모니터를 가동시켜야 하는 카지노 업계 특성상 고장이 나지 않는 평균 시간을 알게 되면 고장에 미리 대처할 수 있어 요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제품 크기를 줄인 데다 고장에 대처할 수 있는 서비스 마인드까지 무장하면서 IGT 외 다른 카지노 게임 업체에서도 주문 이 쇄도했다"고 강조했다.

카지노용 모니터 사업도 일정한 안정 궤도에 올랐고 네오디스와 합병으로 생산하게 된 LCM 역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토비스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있다. 카지노용 모니터가 물론 높은 영업이익률을 창출하고 안정성이 높지만 미래 성장성은 취약하고 LCM은 최근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업체들이 대거 공략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LCM 부문의 하희조 사장은 "지난해 신규 사업으로 터치스크린 패널 사업에도 진출했다"며 "기존 터치스크린 패널에 사용되던 아크릴 대신 강화유리를 사용해 빛 투과율이 높고 두께가 얇은 제품을 양산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용범 대표는 기존 디스플레이 표현 한계를 허무는 고부가가치 모니터 개발에 주력했다. 가로ㆍ세로 길이 비율이 4대3이나 16대9 등으로 정형화된 형태가 아니라 옆으로 길쭉하거나 원 형태를 띤 모니터를 새로 내놓은 것이다. 그와 같은 비규격화된 제품은 `스트레치 모니터`라고 불린다.

김 대표는 "최근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같은 대중교통 시설을 중심으로 노선도와 대기시간을 안내하는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설치가 늘고 있어 스트레치 모니터 부문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양 =매일경제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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