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이 아리안스페이스의 발사체 ‘아리안 5’에 실려 3전 4기 만에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9전 10기를 노리던 ‘나로호’의 발사 실패와는 다소 대비된다.
27일 항공우주 전문가 등에 따르면 아리안스페이스는 지금까지 26회 발사해 단 한차례 실패했다. 발사 성공률이 무려 96%에 달한다. 그러나 발사체 ‘아리안’은 올해만 여섯 번이나 발사 연기를 하는 등 발사과정이 쉽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그럴 때마다 아리안스페이스는 홈페이지에 간단히 발사 연기 사실만을 통지했을 뿐 이러쿵 저러쿵 토를 달지 않았다.
천리안과 나로호 발사 과정의 차이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발사일정 때문에 조급해 하기 보다는 원인규명에 치중하는 등 발사과정 중지에 대한 대응태도가 달랐다. 그만큼 신중했다.
실제 지난 1980년에 위성만 2000기를 발사한 러시아(옛 소련)는 발사체나 위성 발사시 카운트 다운마저 하지 않는다. 이벤트가 아니라는 의미다. 대신 2000여 종류의 자동 시퀀싱(자동발사과정)에 들어가 문제가 생겼을 경우는 꼼꼼히 발사과정상의 문제를 찾아 대응하고 있다. 한번 실패하면 수천만달러가 한순간에 날아가기 때문이다.
아리안스페이스는 대개 1∼2개월에 한번 정도 발사체를 발사한다. 그러나 올해 기술적인 문제로 줄줄이 연기돼 예정된 발사횟수를 다 채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렇다고 조급해 하지 않는다. 실패후의 대가가 너무 혹독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들도 초기에는 실패 투성이였다. 수십번의 발사를 통해 성공률을 높인 것이다.
단 한번의 발사로 상용화를 거론하는 우리 나라의 입장과도 차이가 너무 크다. “일본 H2로켓도 수십회 발사하며 성공 노하우를 쌓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항공우주업계 한 원로는 “단 한 번, 또는 두 번 정도 쏴보고 상용화를 거론하거나 성공을 거론하는 것이야말로 과학기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실패를 하더라도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우리기술로 쌓아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