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가 시작되는 내달부터 중소기업계가 체감하는 자금난이 크게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하반기부터 사실상의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있어 출구전략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중소기업계의 자금 확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자금 상당분이 이미 소진된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정책자금 집행기관에 따르면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관리하는 중소기업 정책자금이 이달 22일 기준으로 전체 3조1355억원 가운데 지원결정이 끝난 자금규모는 75.17%인 2조3570억원에 달했다. 이미 상당분의 지원결정이 이뤄진 가운데 접수부터 지원결정까지 2~3개월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추가로 접수해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은 그리 많이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태 중진공 기업금융사업처장은 “올해 예산이 많이 줄어든데다가 경기가 살아나면서 신청수요가 많았다”며 “올해 접수는 8월달까지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진공은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기획재정부에 정책자금 수요가 많은 것을 감안해 20% 증액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정부 정책자금은 ‘중소기업진흥기금 및 산업기반기금(중산기금)’을 통해 지원하고 있어, 20% 내에서 국회 승인 없이 지원이 가능하다. 이들 기관은 올해 시설자금 수요가 65%에 달하는 등 신청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승인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양대 신용보증기관 경우 보증지원 여력은 있지만 이달 24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보증 확대조치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기로 해 중소기업계는 상반기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것으로 보인다. 신보의 경우 이달 25일 현재 올해 목표 44조8000억원 가운데 54.3%인 24조3484억원을 집행했으며, 이중 신규공급은 6조7000억원으로 목표치(9조원)의 74.4%에 달했다. 기보는 올해 연간 15조9000억원 계획에 상반기에 9조60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었으나 이에 약간 밑도는 9조3356억원을 지원했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중소기업 보증에 대한 단계적 정상화 조치를 통해 △만기연장 여부는 기관 개별 평가로 결정 △보증비율은 90%에서 85%로 하향 △보증한도는 확대 이전 수준 환원 △핵심분야에 대한 보증비율 및 보증한도 하향·정상화에 나서기로 했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자체 조사결과 하반기에도 자금 수요가 많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출구전략을 막을 수는 없지만 중소기업계가 일시에 자금압박을 받지 않도록 단계적 축소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는 하반기 자금 수요 현황을 보고 필요시 국회 등을 통해 추가 집행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표>중소기업 정책자금별 지원실적 (단위:억원)
*자료 :중진공(6월22일 현재)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