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를 목전에 둔 금융회사의 각종 대출금리가 요동치고 있다.
시장금리가 7~8월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미리 반영해 오름세를 타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먼저 바닥을 찍은 형국이다.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는 제2금융권 금리도 전반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서 예외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대출금리 올려라”..제2금융권 동참=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한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번 주 들어 다시 일제히 상승했다.
업계 대표주자인 국민은행은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채 등 각종 자금조달 비용에 연동한 대출금리를 모두 올렸다. 인상 폭은 최대 0.23%포인트에 달한다.
신한은행도 각종 변동형 대출금리를 많게는 0.26%포인트까지 올렸으며, 우리은행은 고정금리가 0.11%포인트 인상됐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대출은 비중이 적은 잔액 기준 대출금리를 내리는 대신 비중이 큰 신규 기준 대출금리는 올렸다.
은행들은 금리 변동이 완만한 잔액 기준 코픽스 대출의 유인책이라고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지만 신규 기준 대출금리 인상은 잔액 기준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금융연구원 이규복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순이자 마진을 늘리는 경향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10%대 초반에 머무르던 저축은행의 담보대출 금리도 한은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덩달아 상승할 것으로 업계는 점치고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은 시장금리가 올해 초부터 계속된 하락 추세를 접었기 때문이다.
금융채와 정기예금 금리가 올라 금융회사의 자금 조달 비용이 비싸지면서 대출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금리의 대표격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월 4.29%에서 지난달 3.70%까지 내렸지만 이달 들어 평균 3.75%로 올랐다. 3년 만기 회사채(장외 AA- 등급) 금리도 같은 기간 5.40%에서 4.48%까지 하락했다가 4.65%로 반등했다.
동부증권 박유나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채권시장을 거쳐 은행 대출금리로 파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압박에 신용대출 금리는 내려=그동안 ‘친서민’ 이미지를 쌓는 데 애를 쓴 정부로서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게 걱정이다.
금리 인상이 자칫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회복을 저해할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체의 신용대출이나 신용카드사 취급수수료의 폭리 구조라도 먼저 바꿔보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다음 달 셋째 주부터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돼 대부업체의 금리 상한선이 현재의 49%에서 44%로 낮춰진다”고 밝혔다.
금리 상승기에 더 많은 이윤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던 이들 회사로서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에 일단 호응하는 모습이다.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러시앤캐시는 대부업법 개정에 맞춰 신용대출 최고금리를 상한선보다 낮은 30%대 후반으로 낮출 계획으로 알려졌다.
리드코프는 신규 소액 신용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의 최고금리를 종전보다 11%포인트 인하한 38%로 적용하고 있다.
신용카드 업계는 현금서비스 취급 수수료를 폐지하되 일반 수수료를 다소 올려 이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카드가 오는 9월 현금서비스 취급 수수료를 없애는 것을 비롯해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도 취급 수수료 폐지를 저울질 중이다.
카드론 취급 수수료는 신한카드가 이달부터 폐지했고 삼성카드도 다음 달 폐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