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과학계의 새로운 뉴스를 이리저리 찾다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오늘 어느 외국의 과학저널에 발표된 글이, 한국 블로거의 눈에 띄어 그날 번역된다는 것이 그렇다. 번역도 그냥 문자 번역이 아닌, 글에 담긴 의미와 함의, 전망까지 한국적 상황에 맞춰 번역해내는 블로거를 만나면 무척이나 반갑다.
오늘 다룰 합성세포에 관한 내용은 과학전문번역가인 김성훈씨의 블로그(isleboy.co.kr)를 참조했다.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됐고,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도 다룬 합성세포(synthetic cell) 기사는 인간이 드디어 인공세포를 창조해냈다는 것이 골자다. 미국의 한 사설 연구기관인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는 인간이 유전자(DNA)를 조작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냈다고 발표했다.
합성세포를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컴퓨터에 저장된 A라는 세균의 유전정보를 편집해서, 이를 바탕으로 실험실에서 인공합성게놈(인공으로 만든 염색체 세트)을 만든다. 그리고 B라는 세균이 가지고 있던 유전체를 제거한 뒤, 인공합성게놈으로 대체한다. 이렇게 하면 껍질은 B지만 A처럼 활동한다는 것이다. 새로 탄생한 박테리아는 스스로 증식하고, 단백질도 생성해 완벽하게 인공합성게놈의 지배를 받는 것으로 증명됐다.
과학전문 번역가 김성훈씨는 이 실험을 두 가지 측면에서 조망한다. 첫째, 새로 탄생한 박테리아는 ‘합성세포’가 아니라 ‘합성게놈을 지닌 세포’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새로운 박테리아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박테리아를 표절한 것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인간은 아직 새로운 박테리아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연구가 진전된다면 인류에게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 새로운 시대란 자연의 시대가 아닌, 인공자연의 시대다. 스스로 존재하는 자연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벌써부터 세계의 기업들은 이 실험이 가져다줄 경제적인 효과부터 헤아리고 있다. 예컨대 세계적인 석유회사 엑슨모빌은 이산화탄소를 잡아먹고 연료도 생산하는 조류(algae)를 생산하는 데 수백만달러의 연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연구의 효과가 부풀려져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앞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예를 들어 사람·동물·식물이 인공적인 것으로 바뀔 경우, 이들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 사람에게만 부여한 법적인 지위와 책임이 인공적인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우리가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이 세상에서 자연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인공심장으로 새 생명을 살아가는 사람,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최초의 인간이 등장할 것이란 예상, 바이오공학으로 생산한 인공음식을 먹는 시대는 이미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다.
박성원 하와이미래학연구소 연구원 seongwon@hawaii.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