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끝없는 일신(日新)

 양승택 지음. 인투 펴냄.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아프리카 서쪽 극단에 있는 기니였다. 통신기술에서 첫 수출 출장이다. 기니는 프랑스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비행기가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1주일에 한 번밖에 없었다. 도착하니 라마단 기간이라 담당 관리는 식사를 못해 힘이 없어서 두 시간 이상 상담이 되지 않았다. 호텔 방에 돌아오면 TV도 없고 건기라 먼지만 날리고 더위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가 성심껏 한국형 전전자교환기(TDX)를 설명하면 다 듣기도 전에 어떤 나라에서 쓰고 있느냐고 물었다. 결국 해외에서 통신 엔지니어링을 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든 첫 수출을 실현해야 했다.’

 TDX 개발, 행정전산망 구축, TDX 수출 실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이동통신 기술 개발과 수출 실현, 와이브로 개발 등을 이뤄내며 이제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강국이 된 우리나라. 그 뒤에는 기라성 같은 1세대 통신 전문가들이 있었다.

 저자인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벨 연구소에서부터 한국전자통신(KTC),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통신진흥, 한국통신기술을 거쳐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총장, 동명대 총장을 역임했던 파란만장한 삶을 풀어놓는다.

 시종일관 담담하게 인생을 서술하지만 정통부 폐지에 대해서는 ‘지난 30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아픔을 느꼈다’며 아쉬운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또 ICU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통합된 데 대해서도 ‘정말로 통탄할 일’이라며 원통해 했다.

 어느덧 70대에 접어들었지만 그의 꿈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정보화의 초석을 놓은 데 그치지 않고 계속 달리겠다는 포부다. 그는 지난 2002년에 구상했던 ‘소사이어티 컴퓨팅(Society Computing)’과 ‘천체물리학 모델(Astrophysics Model)’ 등을 꼭 실현하겠다고 다짐한다. 또 정보화의 진입 장벽이 무엇인지 찾아 없앨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정보화를 능동적으로 실현하고 향상시키게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꿈이다. 2만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