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 사람을 위한 과학

사람을 위한 과학.
사람을 위한 과학.

 [이은용기자의 책 다시 보기] 사람을 위한 과학

김수병 지음. 동아시아 펴냄.

 “너, 골문 앞에서 일부러 넘어졌지!”

 기자가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다. 21년 전인 1989년 가을쯤이었다. 이른바 ‘왕고참(병장)’이 웃으며 이등병이던 기자의 축구 한 꼴을 그렇게 꼬집었다. “저쪽(상대팀) 애들 얼차려 당할까봐 봐준 거지. 이 XX, 틀림없이 그랬을 거야”라고 덧붙였을 정도로 그는 추측을 확신으로 바꾸려 했다. 빵과 음료수를 건 소대 간 경기였는데, 기자는 ‘3 대 1’ 쯤으로 이기고 있었을 때 골을 추가하지 못한 채 골문 앞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경기를 ‘5 대 2’ 쯤으로 이겼기에 망정이지, 졌다면 아마 뜨거운 밤(?)을 보냈을 것이다.

 군대 축구에서 상대팀을 배려해 일부러 넘어졌다고? 오해였다. 기자는 그때 정말 열심히 뛰었다. 꼭 골을 얻고자 했다. 그게 덜어낼 것도 더할 것도 없는 진실이었다.

 2005년 2월에 나온 김수병의 ‘사람을 위한 과학-첨단과학의 오해와 진실’은 “첨단과학에 대한 나름의 문제의식에서 출발(6쪽)”했다. “마치 ‘첨단’이라는 말이 ‘완전무결’로 통하는 듯했던” 여러 오해로부터 진실을 밝히려 노력한 지은이의 땀이 여러 쪽에 웅그리고 앉았다가 읽는 이를 반겼다. 당시는 ‘황우석의 해’였고, 국가과학기술혁신체계(NIS)가 정부 정책의 중심에 자리 잡았을 때였다. 황 교수의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지 그를 제대로 비판하기 어려웠던 집단 최면의 시절이었기에 지은이의 차분한 ‘첨단과학 진실 밝혀내기’가 더욱 소중했다.

 “8년쯤 첨단과학의 얼리어답터 구실을 했다”는 지은이의 경험이 과학을 ‘열려라 참깨’로 잘못 알고, 그래서 ‘위험과 한계를 감춘 첨단과학제품’에 속고는 하는 읽는 이를 진실에 가까운 곳으로 이끌어냈다.

 지은이가 밝히는 첨단과학의 진실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늙음과 죽음은 피해야 할 질병이 아닌, 생명의 한 과정(75쪽)”이고, “‘탄생’이 ‘생산’으로 변질되는 것은 막아야(186쪽)” 한다. “해결사인지, 감시자인지” 모를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가 왔고(261~272쪽), “거역할 수 없는 ‘디지털 빅 브러더’”가 전자태그(RFID)를 타고 세상을 내려다볼(272~288쪽) 태세다. 통신망(네트워크) 안에서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313쪽)” 있다.

 지은이가 보기에 “유전자 하나하나의 기능이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만 거세게 일었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특히 “나노기술이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거기에 어떤 위험이 내포됐는지에 대한 검증도 소홀”했고, “인간의 친구가 되어줄 로봇을 기대하는 것은 속절없는 바람”이었으며, “정보화 세상을 주도하는 기술은 어느 순간부터 거대한 감시망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2005년 ‘황우석 거짓 논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기자에게 ‘사람을 위한 과학’은 매우 무거운 화두였다. 암에 얽힌 유전자 작용원리(기전) 하나가 밝혀졌다고 곧 암이 정복되기라도 할 것처럼 ‘보도’하기 일쑤였다. 기능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나노 소재를 두고 곧 큰 시장이 형성되기라도 할 것처럼 널리 알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나 통신망에 접속하는 세상을 예쁘게 포장한 뒤 성급하게 끌어당겼다.

 반성…, 이제 마음을 살필 때다. 골문 앞에서 골을 얻고자 몰입했듯, 덜어낼 것도 더할 것도 없는 진실을 밝히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람을 위해서…!

 국제팀장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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