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문가가 아니어도 한두 번은 들어 봤을 용어 중에 ‘휠 베이스’라는 말이 있다. 보통 자동차의 크기를 이야기할 때 길이, 너비, 높이 다음으로 이야기하는 단어다. 휠 베이스는 자동차에서 앞바퀴의 중심과 뒷바퀴의 중심 간의 거리를 의미한다. 차의 길이가 길면 대개 휠 베이스도 길다. 따라서 소형차보다는 중형차, 중형차보다는 대형차의 휠 베이스가 더 길다.
휠 베이스의 우리나라 말은 ‘축거’인데, 이 말이 오히려 휠 베이스보다 더 생소하다 보니 비록 외국어이긴 하지만 휠 베이스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휠 베이스가 길면 어떤 점이 좋을까?
휠 베이스가 길 때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주행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소형차보다 대형차의 승차감이 더 좋고, 주행 안정감이 높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휠 베이스가 길다는 것이 그 중 중요한 요인이다.
두 번째는 실내 공간이 넓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동일한 휠 베이스라 하더라도 디자인에 따라서 실제 실내 공간의 넓이는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실내 공간이라는 것이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 자리하게 되므로, 일반적으로는 휠 베이스가 길면 실내 공간이 더 넓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오는 8월 출시 예정인 현대 신형 아반떼(MD)의 실내 공간이 넓어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동안 현대차는 실내 공간을 넓게 활용하기로 유명했는데, 새로운 아반떼를 선보이면서 획기적으로 실내 공간을 확대시켰다는 것이다. 이처럼 실내가 넓어진 데에는 디자인적인 측면에서의 개선도 있겠지만 기존 2650㎜이던 휠 베이스가 2700㎜로 늘어난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국산 준중형차의 휠 베이스를 살펴 보면, 르노삼성 SM3가 2700㎜, 아반떼(HD)와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는 기아 포르테가 아반떼와 같은 2650㎜, GM 대우 라세티 프리미어가 2685㎜다. 많은 사람들이 SM3의 실내가 가장 넓다고 이야기하는 데에는 실제로 SM3의 휠 베이스가 가장 긴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새로 나올 신형 아반떼가 SM3와 동일한 길이로 휠 베이스를 늘였다니, 실내 공간 면에서 공동 선두를 형성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신차가 나오면 일반적으로 차체가 조금씩 커진다. 이때 휠 베이스도 함께 늘어난다. 대표적인 독일 프리미엄 3사의 경쟁 모델들을 살펴보면, BMW 3시리즈와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의 휠 베이스가 2760㎜로 동일한데, 이들보다 늦게 출시된 아우디 A4의 휠 베이스는 2808㎜에 이른다. 이처럼 위급 모델을 위협할 정도로 휠 베이스를 확대한 A4는 동급에서 가장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추게 되면서 판매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비록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소형차, 중형차, 대형차의 휠 베이스를 살펴 보면, 소형차는 2500~2700㎜, 중형차는 2700~2900㎜, 대형차는 2900㎜ 이상의 휠 베이스를 갖춘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차가 출시될 때 계속해서 차체가 커지면서 중형차가 대형차 수준의 크기와 휠 베이스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자동차를 살펴 볼 때, 눈으로만 봐서는 가늠하기 쉽지 않은 실내 크기가 궁금하다면, 휠 베이스의 길이를 자세히 눈 여겨 보자.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