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6월 30일 스위스 베른의 특허국 심사관으로 근무하던 한 청년이 20세기 물리학계의 최고 성과로 꼽히는 논문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논문의 제목은 ‘운동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해서’. 이 논문의 핵심 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이고 청년의 이름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간단히 말하면 모든 관성계에서 같은 물리법칙이 성립하고, 빛의 속도가 일정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운동 상태에 있는 관측자가 측정한 물리량이 달라야 한다는 이론이다. 상대성 원리와 광속의 일정함을 지키기 위해 물리량을 희생시킨 이론인 것.
이 이론에는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실이 포함된다. 우리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물리량이 관측자의 입장에 따라 바뀌는 것이다. 길이가 다르게 측정된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나 시간과 질량까지 다른 값으로 측정된다는 것은 놀랍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궁금함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한 남자가 예쁜 여자와 1시간 동안 나란히 앉아 있으면 그 한 시간은 1분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가 뜨거운 난로 옆에 1분 동안 앉아 있으면 그 1분은 1시간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것이 상대성 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의 이 이론은 당시 물리학계의 절대 법칙으로 통하던 뉴턴 역학을 뒤엎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는 기존 물리학계와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스위스의 취리히 공과대학으로 진학했던 아인슈타인은 지도교수에게 ‘게으른 강아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인정받지 못했고 결국 대학원 진학에도 실패, 특허사무소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던 처지였다.
이 천재가 이날 완성한 논문이 그해 9월 물리학 연보지에 게재되자 학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너무 어렵다는 불평도 나왔다. 물리학자들마저도 이론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마음 속에서 물리량의 상대성이라는 새로운 원리를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일 게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1916년 더욱 이해도와 실용성을 높인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발전했고 40여년 후 ‘원자 에너지’로 현실화됐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