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김수철 등 상습 아동 성폭행범이 잇따라 등장해 세상을 불안하게 하는 가운데 지난 29일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흉포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논란의 도마에 올랐던 ‘화학적 거세’가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내년 7월께부터 시행되는 것이다.
‘흉악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찬성에서부터 인권주의적 반대, ‘인간의 성 기능이라는 신의 영역에 대한 침해’라는 종교론적 반대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의학적으로 화학적 거세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남성 호르몬 억제로 성욕구 감퇴=화학적 거세는 말 그대로 남성의 고환을 자르는 물리적 거세 대신 호르몬을 투여해 마치 고환을 없앤 것 같은 효과를 보는 방법이다. 남성의 성욕을 유발하는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막는 것이 핵심이다.
테스토스테론 생성은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지는 항체유리호르몬(LHRH)으로부터 시작된다. LHRH는 뇌하수체가 황체호르몬(LH)을 만들도록 작용하고, 이 LH가 혈관을 타고 이동하면서 고환을 자극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돕는다. 이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은 성욕뿐만 아니라 체형과 목소리에서부터 성격까지 모든 ‘남성다움’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화학적 거세에 쓰이는 대표적인 약물은 LHRH 촉진제다. 이는 신체에서 자연 생산되는 호르몬인 성선자극호르몬(GnRH)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
백성현 건국대학교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이 약물을 자연발생량보다 수십~수백 배를 투입하면 초기에는 남성호르몬이 과다분비되다 결국 신체의 남성호르몬 자연생산기능이 감소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만만찮은 부작용과 비용=화학적 거세에 쓰이는 약물이 인체에 처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남성호르몬에 민감한 전립선 암 등의 초기 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신체의 순기능을 없애는 만큼 부작용이 적지 않다. 두통과 무기력증을 동반하고 근육량이 떨어지면서 체중과 지방이 늘게 된다. 성 욕구가 감퇴하면서 우울증도 쉽게 찾아온다. 이러한 부작용은 높은 확률로 수반되며 간혹 신체의 균형이 심각하게 무너지면서 당뇨나 고혈압 등의 중병과 남성의 가슴이 여성의 유방처럼 커지는 증상도 간혹 나타난다.
비용도 만만찮다. 화학적 거세를 위한 약물 주사는 종류에 따라 그 효과가 1개월·3개월·6개월까지 지속되는데, 국내에서 다량으로 공급되는 종류는 1개월과 3개월짜리다. 각각 한 번 주사에 20만원·50만원이 소요된다. 이뿐만 아니라 주사를 맞은 범인이 다시 남성호르몬 촉진제를 몰래 먹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남성호르몬이 지속적으로 감퇴하고 있는지 정기적인 검진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과다한 부작용이 수반되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백 교수는 “제반 비용에다 인건비까지 합하면 한 사람의 화학적 거세 효과를 1년 유지하는 데 300만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끝없는 논란=화학적 거세는 아동 성폭행이라는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입법화됐지만 반론이 결코 적지 않다. ‘거세’라는 용어가 수치심과 거부감을 줄 우려가 있어 ‘성충동 약물치료’라는 명목으로 만들어졌지만 어쨌든 근세 이후 시행되지 않았던 비인간적인 처벌이라는 것이다.
직장인 박 모씨(30)는 “흉악 성범죄자에 대한 단호한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방법이 반드시 화학적 거세처럼 잔혹한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보단 찬성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2000년부터 성폭력 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를 시행한 미국 오리건주에서 약물을 투여받은 가석방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률이 0%였지만 투여받지 않은 범죄자의 재범률은 22%에 달한다는 통계가 확실한 효과를 증명한다. “약물 투여를 멈추면 다시 몸이 원래의 상태로 회복될 수 있다”는 의학계의 소견도 처벌의 합리성을 높인다.
직장인 정 모씨(25)는 “이제까지 다른 방법으로는 아동 성범죄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제도의 도입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