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를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AIPRC·Analog IP Research Center)이 지식경제부의 차세대 융복합 시스템용 아날로그 IP 핵심설계기술 부문 대학 IT연구센터 육성지원사업(ITRC) 기관으로 선정돼 국내 아날로그 반도체 인력 양성의 메카로 떠오르게 됐다. 인력난에 시달려온 국내 아날로그 반도체 업계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텃밭이 마련됐다.
서강대는 AIPRC가 정부 ITRC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고 1일 밝혔다.
정부가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에 ITRC를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컨소시엄에는 고려대·동국대·서울시립대·연세대·포스텍의 10개 연구실, 동부하이텍·매그나칩·삼성전자·하이닉스 4개 파운드리 업체와 주요 팹리스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기업이 5000만원, 중소기업이 2000만원씩 출원해 매칭 펀드를 조성했고, 향후 4년간 총 30억원의 정부 지원금이 투입된다. 이 컨소시엄은 영상·음향·디지털TV용 멀티미디어 시스템, 유·무선 통신용 아날로그 IP, 핵심 아날로그 IP 개발을 위한 저전력·고주파 소자 등을 개발해 2020년까지 아날로그 IP를 전면 국산화 한다는 목표다. 반도체 소자 설계, 파운드리 공정 개발이 동시에 이뤄져 대·중소기업간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 이 사업을 통해 4년간 석사급 104명, 박사급 22명의 연구원을 배출하고, 현재 각 기업에 소속된 엔지니어들의 재교육도 담당할 계획이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20%가량을 차지한다. 빛·소리·온도·압력 등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해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갈수록 중요성이 높아졌지만 국내에는 아날로그 반도체 인력이 배출되지 못해 턱없이 부족했다.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석사 이상급 인력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서만 연간 50명 이상이다. 또 최근 동부하이텍 같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팹리스 업체들이 대대적으로 아날로그 반도체 인력 채용에 나서면서 아날로그 인력 품귀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팹리스 업체 사장은 “인력난이 심화되니까 인력들 몸값만 터무니없이 치솟았고 정작 뽑을 사람은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승훈 서강대 공학부 학장은 “학계와 설계회사, 제조회사가 모두 참여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초기에는 수요자의 필요에 맞게 연구센터에서 개발한 IP 등을 기업에 무상 이전할 계획이라 학계와 업계 모두 만족하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