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8월 영국 BBC가 세계 최초로 TV방송을 송출한 지 75년이 지난 현재, 월드컵 경기를 위성을 통해 3D로 생중계하는 수준까지 왔다. 지금까지는 디스플레이 기술 등이 TV산업의 경쟁우위 요소로 작동되어 왔다. 그러나 웹의 진화에 따른 개방과 참여, i아이폰의 등장에 따른 사용자경험의 중요성과 기기 자체 기능의 증대 등으로 기존 HW 중심의 발전축은 서서히 SW 측면으로 이동 중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스마트TV’ 등장이 이를 방증한다.
스마트TV에 탑재되는 OS 파괴력의 크기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존 TV산업의 패러다임은 혁신적으로 바뀔 것이 분명하다. 구글, 애플 같은 기업들이 독자적인 SW 플랫폼을 탑재한 스마트TV 출시를 서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스마트TV의 등장은 몇 가지 주요한 변화의 동인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우선, 방송사 중심의 수직적 가치사슬에서 수평적 결합으로의 방송산업 생태계 변화, TV 제조업계의 경쟁구도 심화, SW 플랫폼 경쟁의 가속화, 그리고 이용자들의 TV 이용패턴 변화 등 이다. 예컨대 스마트폰, 닌텐도 Wii, 아이패드 열풍을 통해 확인되었듯이 사용자 경험과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가 잘 갖추어진 디바이스는 진정한 IT 혁신과 확산의 근본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마트TV 시대에 애플리케이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훨씬 진보된 컨트롤러가 요구되는데, 이러한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바로 동작제어 방식의 UI(User Interface) 기술이다. 보다 조작이 간편하고 미세한 동작까지 인식하는 제어기능을 갖추는 것은 사용자 경험과 UI를 제고시키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며 이것이 바로 동작제어 방식의 인터페이스 기술이 주목 받는 이유다. 대표적인 동작제어 방식의 UI 기술로는 ETRI가 개발하고 있는 코그노 TV(핑거/핸드 제스처 인식기술), 카네스타의 3D 센서를 이용한 암-웨이빙 인터페이스 기술, 제스처텍의 제스처 인식 기반 핸드트래킹형 UI 기술 등을 꼽을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미래형 UI 기술이 향후 스마트TV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 줄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국내의 경우 사용자 경험의 적극적 반영과 SW 플랫폼 개발역량 확충이 전제돼야 하지만, 스마트TV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스마트폰의 선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욕구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되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을 기기를 통해 구현할 수 있도록 UI/UX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역량 등을 확충해 나가기 위한 전략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기술 로드맵 구축과 개방형 혁신을 통한 에코시스템 구축 및 관련된 R&D에 대한 투자를 증대하는 등의 적극적 정책이 동반되어야 한다.
NBC는 1939년 4월 뉴욕 세계박람회 개막식을 최초로 TV중계했다. 영국보다 3년 늦은 시점이었다. 그러나 TV시대의 개막이 영국의 몫이었다면 이후 꾸준한 기술 발전으로 TV와 방송산업을 선도한 것은 미국이었다. 마찬가지로 SW 플랫폼 분야에서 우위를 바탕으로 스마트TV 시대의 개막을 알린 것은 TV산업 강국인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몫이 아니었다. 그러나 동작제어 등 UI/UX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추고 우리가 부족한 SW 플랫폼 개발역량을 확충해 나간다면 스마트TV로 진화되는 미래 TV산업 분야에서도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김흥남 ETRI 원장 hnk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