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아웃소싱이 성공을 거둔 것은 리스크 완화, 표준화 촉진, 생산성 향상, 신뢰 확보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아웃소싱이 비즈니스 활동에 산업화의 특징을 더했다고 볼 수 있다. 산업화는 IT분야와 결합해 서비스와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산업화`는 더 이상 긍정적인 의미로만 통하는 단어는 아니다. 특히 개별화, 개인의 취향 존중 등과 함께 놓일 때는 상대적으로 획일적이라는 의미를 함축한 단어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산업화라는 단어에서는 말끔한 정장보다 단체 작업복이 연상된다. 그러나 서비스와 BPO에서 산업화는 여전히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산업화는 최적화된 방식을 찾아내 표준화된 방식에 따라 반복되는 활동을 실행함을 의미한다. `산업화가 되었다`는 것은 업무와 역량을 세분화·최적화하며, 중복 요소는 제거하고, 자동화와 표준화 원리를 최대한 도입해 비용 효율성과 직원의 역량을 극대화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기업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큰 위협 요소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최근 비즈니스 리더들은 아웃소싱이 새로운 영역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회전 주기가 짧은 서비스업계에서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BPM) 및 효율성 개선을 위해 아웃소싱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새로운 양상의 아웃소싱은 산업화 정도를 더해 주는 기존 아웃소싱이 갖는 강점은 물론이고 보다 불확실성이 적은 환경 아래서 혁신을 이루도록 해 민첩한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한다.
아웃소싱에서 선두에 있는 기업은 IT아웃소싱이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발견했다.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아웃소싱 적용 범위를 IT에서 프로세스, 혁신 영역으로 넓혔다.
#확대되는 아웃소싱 분야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유지보수 등 IT영역과 재무, 조달, 인적자원 관련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산업화를 위해 조직이 흔히 취하는 초기 단계 조치는 공유 서비스(Shared Service)다. 이를 통해 기업은 공통 기능을 기반으로 전문지식을 한데 모으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조직원은 동일 업무를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게 돼 업무 효율성과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얻는다.
그러나 기업이 공통된 경영 방식으로 각 부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계속 효율성을 높이지 못한다면 공유 서비스로 창출하는 가치는 결국 한계에 부딪힌다. 여기에 뒤따르는 현상을 액센츄어는 `가치재분배(value redistribution)‘라고 한다.
가치 창출의 성장 곡선이 둔화할 때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조치는 활동을 재분배하는 것이다. 동일한 활동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른 기업에 이 활동을 나누어 주면 되는 것이다. 실제 순수한 공유 서비스 접근법의 가치가 둔화하기 시작할 때 다수의 기업이 공유 서비스를 아웃소싱해 가치를 재분배한다.
한 글로벌 생명공학기업은 공유 서비스 접근법을 활용한 다음 글로벌 인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비용 절감을 시도했다. 즉 산업화를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공유 서비스 모델로 관리했던 공통 기능을 아웃소싱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 기업은 아웃소싱 과정에서 IT영역에만 머물러 있던 산업화 방식의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IT와 함께 재무, 회계, 기타 비즈니스 기능까지 모두 아웃소싱했다. 이와 같은 통합 아웃소싱 접근법은 비용 효율 향상 효과를 낳았고, 관련 프로세스와 기존 IT인프라 간 시너지도 높였다.
아웃소싱으로 산업화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비용이 낮은 지역으로 업무를 이전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위에서 예를 든 기업은 IT분야의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해외 용역 센터로 이전하는 업무 비중을 늘리기도 했다. 이를 통해 업무를 적합한 인력, 즉 해당 업무에 적합한 기술과 경험을 보유하고 적절한 인건비를 필요로 하는 인력에게 배분하는 것이 산업화의 원칙 중 한 가지임을 알 수 있다.
#아웃소싱 성공 기업의 공통 원칙
산업화 원칙에 입각한 아웃소싱으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에서 다음과 같은 공통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린’과 ‘식스 시그마’ 원칙을 서비스 환경에 적용했다. BPO 환경의 특징이자 과제 가운데 하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체를 보유한 단일 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고객사와 아웃소싱업체, 기타 협력업체가 프로세스를 나누어 담당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전사적 관점에서 업무 흐름을 진행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역량이 BPO의 성패를 결정한다.
대다수 기업은 비즈니스 핵심 영역 이외 업무의 프로세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시간이나 돈을 들이는 데 인색하다. 그러나 아웃소싱업체를 이용하면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린과 식스 시그마 원칙을 적용해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줄이고 표준화를 모색한다.
린 원칙은 프로세스 흐름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각 활동의 지체 원인을 분석하는 도구를 제시한다. 그리고 식스 시그마는 효과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정교한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체적인 틀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도구를 제공한다.
린과 식스시그마 원칙을 적용한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한 기업은 비즈니스 기능과 프로세스를 아웃소싱한 직후 정시 서비스 제공률이 30%에서 40%로 올라갔으며 몇 달 후 그 수치는 95%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둘째, 혁신을 위해 시스템에서 잡음을 제거했다. 기업과 아웃소싱 업체의 관계가 밀접해지면서 점차 많은 기업이 아웃소싱 업체에 효율성은 물론이고 혁신과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까지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웃소싱 환경에서 혁신이란 사실 산업화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업무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기능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 요소로는 반복, 지체, 업무 성과 논쟁, 다수의 운영 모델 혼재 등을 들 수 있다. 혁신을 위해서는 이러한 `잡음`을 제거해야 한다. 잡음 제거를 통해 절감한 비용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투자할 수도 있다.
셋째, 독자성뿐 아니라 공통점에도 집중한다. 기업이 정교한 산업화 원칙을 도입하면서 내부적으로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자신들의 기업 운영이 다른 기업과 다르다고 자부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조직에는 독자적인 생각, 목표, 운영철학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독자성이 다수의 기업 운영에서 검증된 솔루션을 적용해 비즈니스를 개선하는 과정까지 가로막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모든 조직의 IT영역과 비즈니스 프로세스에는 독자적인 영역과 보편적인 영역이 동시에 존재한다. 산업화 방식을 따르면 상황에 따라 공통적인 접근법과 개별적 접근법을 선택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개별화된 솔루션이라고 해서 표준화와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훌륭한 아웃소싱 솔루션 설계는 산업화 방식으로 만들어진 솔루션 단위를 재조합해 새로운 상황에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원칙은 신뢰와 연관돼 있다. 아웃소싱 업체에 의존하는 기업은 업무 담당자뿐만 아니라 업체의 명성과 자격에도 확신을 가져야 한다. 즉 사람뿐 아니라 프로세스 자체를 신뢰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 대부분은 주요 프로세스를 운용하는 인력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특정 직원만이 해결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들이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산업화를 통하면 특정 직원들만의 지식이나 기술을 다른 인력을 통해서도 제공 받을 수 있다.
결국 산업화는 경영진에게 운영과 프로세스를 보다 깊게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지라고 요구한다. 그들이 다른 방식으로 보고 생각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비즈니스 가치도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창출되고 있다. 반복과 예측이 가능한 분야는 그 정도를 공고히 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여력을 혁신과 성장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정영호 액센츄어 금융사업부 이사 young-ho.jung@accen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