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 포터’ 마니아라면 한번쯤 들러야할 성지가 생겼다. 바로 미국 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 안에 문을 연 ‘해리 포터의 마법세계(Wizarding World of Harry Potter)’다. 지난달 18일 개장 직후부터 사람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개장 첫날 입장을 위해 유니버셜 스튜디오 내 호수를 둘러싼 산책로까지 수십 km에 달하는 긴 줄이 생겼을 정도다.
열광적인 지지엔 이유가 있다. 책과 영화에서 보고 느꼈던 해리포터의 세계를 그대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3미터가 훨씬 넘는 높이의 나무로 만든 웅장한 성문을 들어서는 순간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책과 영화에서 묘사된 호그와트 마법학교 그대로다. 건물의 모양, 색채, 호수를 끼고 웅장하게 서있는 호그와트의 모습이 영화를 빼다 박았다. 여기에 버터맥주·빗자루·마법지팡이 등 호그와트 입학 필수품을 사던 가게, 골목, 호그와트행 급행열차 등이 더해지면 어느새 몸과 마음은 해리포터의 마법세계에 도착해 있다.
◇해리포터의 마법세계는 테크월드!=하지만 해리 포터의 마법세계의 외관만 보고 놀라면 곤란하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핵심은 ‘마법’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 전세계 10억 독자가 열광했던 이유가 바로 상상 이상의 마법이지 않는가. 명민한 엔터테인먼트 마케터인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마법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는 작업에 2년 이상의 시간과 수백만달러를 투입했다. 그 결과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해리포터 소설 속 모든 이벤트가 현실로 구현됐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해리포터와 금지된 여행’이다. 이 놀이기구는 기존 롤러코스터와 선을 확실히 긋는다. 물리적으로만 움직이면서 스릴을 요구하지 않는다. 탑승자가 현실을 잊고 해리포터가 태워주는 빗자루를 즐길 수 있도록 마법을 부린다. 이 마법의 실체는 바로 가상현실을 갖춘 로봇. ‘로보코스터’라 불리는 미래형 롤러코스터가 해리 포터 시리즈와 결합했다. 로보코스터는 로봇과 롤러코스터를 합친 말로 산업용 로봇을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발전시킨 ‘붙박이형 롤러코스터’다. 로보코스터는 기존 롤러코스터보다 비교적 좁은 공간을 사용하며 레일의 각도도 다소 안정적이다. 하지만 롤러코스터가 움직이는 동안 좌석이 연결된 로봇팔이 불규칙하게 흔들리며 기존 롤러코스터 이상의 공포를 느끼게 한다. 로봇팔은 좌석을 좌우, 상하 운동은 물론이고 수평방향과 수직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
해리포터는 로보코스터에 4차원(D)을 추가했다. 영화의 한 부분을 떼어 놓은 것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3D 영상에 용의 침, 절벽 밑으로 떨어지는 속도와 바람 등 촉각을 더했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실제 해리 포터와 빗자루를 타고 ‘쿼디치(미식 축구같은 게임으로 호그와트 공식 운동경기)’를 즐기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물, 바람 등 촉각은 현실감을 더해준다.
특히 쿼디치 게임을 즐기는 아득한 하늘 공간을 구현하는 데는 길이 6∼7미터의 로보코스터가 제격이다. 발판이 없어 정말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들 뿐만아니라 로봇팔이 움직이는대로 흔들림이 더 크다. 좌석 양 옆에 귀를 감싸듯 달린 스테레오 음향 시스템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만든다. 작전을 지시하는 해리포터의 목소리와 비명을 지르는 탑승자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다.
테크 애널리스트들은 “해리 포터와 금지된 여행은 다른 놀이기구와 비교하기 어렵다. 정말 독창적인 경험이다”며 “로보코스터와 4D 기술이 기존 기술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모션 시뮬레이터, 다크라이드, 스릴라이드 등 다양한 놀이기구가 한데 모인 느낌이다” 라고 평가했다.
◇기술과 감정이입의 조화=‘해리 포터와 금지된 여행’이 사용한 로보코스터는 완벽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지난 2008년부터 레고월드, 디즈니 월드 등 수많은 놀이동산에 적용돼 왔다. 하지만 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탑승자에게 물리적인 스릴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이입을 통한 체험을 요구한다.
놀이기구를 타러 들어가는 순간부터 정확하게 짜여진 내러티브에 따라 감정몰입을 유도한다. ‘해리 포터와 금지된 여행’은 호그와트 성 안에 있다. 호그와트 입구부터 그리핀도르의 교복을 입은 안내원이 관광객을 맞는다. 어두운 조명 아래 성안으로 좁게 난 길을 따라 들어가다보면 어느새 성 뒤편의 정원에 도착한다. 대기 공간이다. 정원은 곧 식물원으로 연결된다. 헤르미온느가 수업 중 식물원에서 배우던 신기한 식물들이 모여있던 곳을 그대로 구현한 공간이다. 기둥 하나하나 디테일을 살렸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 조차 호그와트를 체험하는 관광으로 변했다. 긴 줄은 다시 성안으로 연결된다. 성안에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관광객에게 말을 건다. 바로 증강현실로 구현된 덤블도어 교장과 주인공 3인방 해리, 헤르미온느다. 실제 인물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해 눈과 귀가 즐겁다. 이쯤 되면 1시간 30분 이상의 긴긴 대기시간은 호그와트 입학 절차를 밟는 시간이 된다. 감정이입된 관광객의 마음과 뇌는 현대형 롤러코스터와 증강현실을 합친 미래형 로보코스터에 올라앉으면 현실이 된다. 3D 영상은 영화의 색감을 그대로 차용해 실제 하늘과 들판, 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대기하며 봤던 성 내부 구조부터 영상과 놀이기구가 시작되며 탑승자의 환상을 실제화한다. 감정이입을 통한 체험이 비로소 꽃을 피우는 순간이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꿈꿨던 호그와트 방문과 빗자루를 타며 즐기는 쿼디치 게임은 첨단 기술과 인문학적 상상력이 결합, 완성됐다.
올랜도(미국)=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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