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주 행정안전부 정보기반정책관은 만나자마자 새로운 명함을 건넸다. 바뀐 게 있나 살피니 명함을 받은 사람이 바로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읽을 수 있도록 QR(Quick Response)코드를 넣었다면서 자연스레 손에 든 아이폰을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방금 드림위즈 이찬진 사장이 아이폰 원가를 분석해 트위터에 올렸는 데 아이폰 원가가 188달러랍니다. 요금제 약정을 걸어도 300달러 가깝게 파니깐 계산해보면 수익률이 30%가 넘어요. 우리나라 제조업 수익률은 5% 정도인 현실을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일입니다.” 요즘 강 국장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소셜네트워크에 푹 빠졌다. 기술 발전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강 국장은 “지금은 IT가 모든 분야와 만나 결합하는 그야말로 컨버전스시대여서 너무 기술에만 매몰되면 안 되고 기술을 어떻게 잘 쓸 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화벽이나 침입탐지장비 등 기술적인 보안 투자도 물론 필요하지만 결국 기술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라면서 “갈수록 고도화되는 사회공학적기법은 보안 기술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정보기반정책관으로 부임한 후 그가 부하직원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것을 당부했고, 이를 위해 매주 화요일마다 인문학 책을 읽고 토론하는 화요 미팅 시간을 갖는다.
체신부와 정보통신부를 거쳐 행안부 정보기반정책관으로 한국 IT발전을 위해 일해온 그가 사람과 인문학적 소양을 이처럼 강조하는 이유는 행정사무관으로서 기술 관료 업무를 해온 그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강 국장은 “얼마 전부터 오명 건국대 총장님이 저를 보고 행정가면서 엔지니어처럼 기술을 많이 안다고 ‘반푼이’라고 부르신다”며 “컨버전스 시대에 걸맞은 ‘반푼이’란 별명이 좋다”고 말했다. 1987년 당시 체신부 차관이었던 오명 총장은 그를 체신부로 이끈 장본인이다. 그는 “중앙공무원교육원 연수가 끝날 무렵 오명 당시 체신부 차관이 ‘정보화와 미래사회를 위한 인재가 필요하다’면서 당시로선 혁신적이었던 슬라이드로 부처 소개를 멋지게 발표 하셨죠. 그 자리에서 바로 체신부에 가기로 결정했다”고 회고했다.
1987년 체신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강 국장은 국산 중형 컴퓨터 타이콤 개발·초고속 통신망 구축·정보화촉진기본법 마련 등에 참여한 경력으로 인해 공대 출신 기술관료(Technocrat)로 오해받곤 했다. 강 국장은 “모든 프로젝트가 의미 있지만 그 중에서도 타이콤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면서 “사람들은 실패했다고 평가하지만 제품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두 우리 손으로 만들면서 터득한 노하우는 IT강국의 자양분이 됐다는 점에서 성공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초고속 통신망 구축사업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전깃줄 설치하는 데 15년간 43조원이나 투자 하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IT강국의 초석을 만들었다”면서 “정부 정책은 당장의 투자대비 효과만 따질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국장은 이제 ‘사이버재난’에 대비하고 있다. 그는 “7·7 디도스 대란 1주기가 곧 돌아오기 때문에 지금 24시간 비상대기 상태”라면서 “지난 해 태백 가뭄 사태와 신종플루에 대응하면서 경험한 재난관리를 사이버재난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