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존경받는 기업가

 최근 만난 한 벤처업체 사장의 얘기다. 후배가 일하는 사무실에 갔더니 스티브잡스 사진이 커다랗게 붙어있다. 새 모바일 시장 생태계를 만들어 조그만 벤처업체도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그에 대한 고마음과 존경의 표시다. 출근하고 퇴근할 때마다 스티브잡스 사진 앞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예(禮)를 표한다고 한다. 물론, 과장된 이야기겠지만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한 월간지가 국내 경제학 교수와 국책·민간 연구기관장 등 오피니언 리더 70명을 상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무려 13명이 “영향력 있는 인물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혼돈기인 지금은 정말 영향력 있는 인물이 아무도 없다. 경제관료 집단을 중심으로 한 집합적·평균적 사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존경받을 만한 기업 역시 ‘전혀 없다’는 응답자가 12명이나 됐다. 이들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국내 대기업이 과연 어느정도 사회에 기여하고 도움을 주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져보면 그 어떤 대기업도 존경받을 만한 기업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주변을 둘러봐도 존경받는 기업과 기업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대·중소·벤처기업이 오픈 플랫폼에 기반한 상생의 생태계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국내에서 중소벤처를 운영하는 CEO 중에 협력사인 대기업을 진정한 사업 파트너로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미국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자본주의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으로 정의했다. 그래서 기술혁신을 통해 창조에 앞장서는 혁신자로 기업가를 꼽았다. 창조적 기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사회에 생기를 불어넣는 기업가야 말로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얘기다.

 기업가의 역할에 주목한 슘페터의 주장은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오히려 슘페터가 사망한 1950년 이후 반세기가 흐른 지금, 정보기술(IT) 혁명시대를 맞아 더욱 빛을 발한다. 자본주의 역사상 지금처럼 창조·혁신·진취의 기업가 정신이 강조되는 시기는 없었다. 창조적 도전정신에 사회적 책임 의식까지 더해지면서 이제 성공한 기업가는 가장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대상으로 떠올랐다.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가’로 매도되던 과거 시절과는 비교가 안된다.

 21세기는 수많은 정보와 다양한 가치관이 혼재하는 시대다. 모든 사람이 혁신을 말하고 위기를 고민하는 지금이야 말로,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으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존경받는 기업가가 필요하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정신에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춘 기업가라면 당연히 존경받아 마땅하다. 이런 기업가들이 등장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경제과학담당 부국장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