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몇몇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를 방문하고 돌아온 A씨. 그는 자사가 생산하고 있는 반도체 장비가 더 이상 중국 기업보다 나을 게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반도체 장비 및 부품 소재 분야 솔루션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A사장은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예상을 뛰어넘었다”면서 “중국 기업은 이제 현실적인 경쟁상대로 부상했으며, 이를 상쇄할 이점이 없다면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그런 중국이 최근 대만과 경제통합이나 진배 없는 양안(兩岸)간 자유무역협정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전격 합의했다. 분단 61년만에 중국과 대만이 일궈낸 ECFA는 경제통합으로 나아가는 첫 단추이자 거대한 중화경제권 완성을 의미한다.
ECFA가 뭔가. ECFA는 상품무역(관세 및 비관세장벽 철폐), 서비스 무역, 투자보장, 지적재산권 보호조처, 경제협력, 분쟁 해결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무역협정이다. 통상 10년 안에 상호 약 90%의 상품, 서비스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A사장의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당장 양국은 806개 품목의 관세를 2년내 철폐키로 했다. 중국은 대만에 539개 품목을 우선 개방하고 대만은 중국에 267개 품목을 개방키로 했다.
사실상 중국과 대만, 홍콩, 마카오를 잇는 중화경제권의 탄생을 의미한다. 인구로만 15억명이고 국내총생산(GDP) 규모로만 5조3000억달러의 경제권이다.
우리나라가 북한과 대결구도로 일관하고 사소한 군사분쟁을 겪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거대 중국의 움직임은 말 그대로 인내와 포용, 자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IT업계는 당장 중화권 경제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우선 반도체와 휴대폰, 디스플레이, PC 시장에서 큰 반향이 예상된다. ECFA를 계기로 양안의 교역이 갈수록 늘어나고 대만의 IT기업은 당장 5% 가량의 관세부담을 덜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특별한 대안이 없다. 중국의 노동력과 대만의 기술력, 관세 등과 버거운 싸움을 벌여야 할 판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과 자본, 노동 등 경쟁적 요소 개발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다. 기술은 더욱 개발하되 노동력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서라도 경쟁력 제고에 적극 나서야 한다. 타산지석이라고나 할까. 양안 경제협력 모델이 결코 남의 나라 일이 될 수 없다.
토트 블로거 ‘유리잠수함’ / http://crysta1k.thot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