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서남표 개혁 ‘힘 실린다’

  서남표 총장의 연임으로 KAIST 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KAIST에서 현직 총장이 연임한 사례는 1970년대 한국과학원 시절 조순탁 원장에 이어 서 총장이 두 번째다. 하지만, 이번 연임은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KAIST가 한국과학기술대학과 통합해 국내 이공계 최고의 대학으로 모습을 갖춘 상황에서 연임에 성공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총장 선출 과정에서 빚어진 정부와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사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서남표식 개혁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서 총장의 지난 4년간 개혁 성과 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과로는 테뉴어 제도 강화를 꼽을 수 있다. 교수 정년 심사를 강화해 지난 4년간 심사대상의 24%를 탈락시켰다. 그동안 소위 ‘철밥통’으로 불렸던 대학 교수 사회에 경종를 울렸다. 하지만 이 제도는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KAIST 모 교수는 “교수 재임용 때마다 학교가 해외 유명인사 추천서에 많은 비중을 둬 평가하고 있는데 상당한 문제”라며 “교수는 매번 비슷한 인사에게 동일한 추천서를 요구하게 되는데 이러한 사실을 학교 측에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교수 재임용 평가 방식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국회와 정부, 국내 대학들로부터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온라인 전기차 및 모바일 하버 프로젝트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상용화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사업 타당성이 결여됐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올해 기한이 만료되는 이 사업은 서 총장이 혁신적인 원천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예산권을 쥐고 있는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실제 KAIST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임용택 KAIST 대외협력처장은 “올해까지는 이미 확보된 정부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내년 이후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민간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교육과학기술부와 갈등도 서 총장이 앞으로 해결해 할 숙제다. 이사회가 열리기 전 서 총장 측은 교과부 측에서 연임을 방해하고 있다며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교과부 역시 연임이 어려워진 서 총장이 언론을 이용해 일종의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게 패인 상태다.

 학교 구성원과의 소통, 화합은 가장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 총장의 지나칠 정도의 독선이 학내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KAIST의 모 교수는 “그동안 현 총장에게 가장 많이 지적됐던 부분이 독선적인 학사 운영”이라면서 “서 총장이 연임 당선 소감으로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이 실행될 지 여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