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팬택 스마트폰을 세계 무대에 내놓을 만한 것 같습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49)은 최근 서울 상암동 팬택 R&D센터 19층 집무실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오는 15일 새로 선보일 스마트폰 `시리우스-알파(가칭)`를 자랑스럽게 선보였다. 2007년 4월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한동안 언론을 피한 그에게서 오랜만에 보는 자신감이었다. "아이폰4는 무겁고 기계 느낌이 납니다. 하지만 시리우스 알파는 사람 냄새가 나도록 만들었어요. 아이폰4 한국 상륙이 기다려질 정도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한국에서 확실히 잡힐 것입니다."
단순한 호기(豪氣)는 아닌 듯했다. 실제로 시리우스 알파는 지난 11개월간 밤낮없이 매달린 결과 내놓는 명품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팬택은 애초 스마트폰 개발을 선언할 때부터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다걸기(올인)를 했다.
박 부회장이 "매일 아침 임직원 난상토론을 통해 원점에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11개월간 창살 없는 감옥인 사무실에서 휴일 없이 일했다"고 할 정도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 구글 본사에서 팬택 제품에 놀라움을 나타내고 구글이 이끄는 `개방형 휴대전화 연맹(OHA)`에 팬택을 포함시켰다. 시리우스와 시리우스 알파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박 부회장은 올해 들어 세계무대를 상대로 사실상 `당일치기` 출장을 다녀오고 있다. 팬택 제품이 잘 팔리는 일본과 공장이 있는 중국은 오전에 떠나서 저녁 때 사무실로 들어온다. 유럽과 미국도 사실상 당일치기로 다닌다. 최근에도 프랑스 스페인 미국 등을 1박3일, 무박3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죽을 것 같이 일만 했다"는 이 같은 박 부회장 노력이 팬택을 `부활`을 넘어 `제2 전성기`로 도약시키고 있다.
팬택은 워크아웃 중이기 때문에 시리우스 개발에 실패하면 사실상 회생이 힘든 상태로 추락할 수 있다. 단 한 번뿐인 슛을 반드시 골로 연결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박 부회장은 회심의 슛을 날렸고 골은 지금 골대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결과는 좋다. 지난달 팬택은 첫 스마트폰 `시리우스`를 내놓고 11만대를 판매했다. 국내에 출시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중 삼성전자 갤럭시S, 갤럭시A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애플 아이폰 돌풍 속에서도 시장점유율을 14~15%에서 지켰다.
"국내 스마트폰만 놓고 봤을 때 삼성전자에 이어 2위"라고 조심스럽게 밝히는 팬택 측 주장을 뒷받침 한다. 제2 전성기를 향한 박병엽 부회장의 도전은 올해 하반기까지 계속된다. 박 부회장은 올해 하반기에 `시리우스-알파`에 이어 안드로이드 기반 PMP, 경쟁사와는 차별된 태블릿PC도 선보일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아직 부활이라고 말하기 이르다"며 "창업 이래 휴대폰만 만들어낸 저력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손재권 기자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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