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인터뷰 - 황의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보통신실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IT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그 자체입니다.”

 지난 4월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맡게 된 황의동 정보통신실장은 지난 2개월여 기간 동안 IT업무를 전담해 오면서 느낀 바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CIO를 맡기 전까지 기획조정실장으로 지내면서 IT 관련 예산 확보와 예산 사용의 적정성 심사 등을 하면서 IT업무에 일부 손을 담가왔다. CIO로 임명된 이유를 아냐고 묻자 “만들어놓은 예산을 이제 쓰려고 왔다”는 우스갯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황 실장은 심평원에서의 IT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IT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심평원의 업무 뿐 아니라 보건의료 관련 수많은 제도도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는 것을 짧은 기간 동안 체감했다는 것이었다.

 황 실장은 심평원의 IT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린 효자시스템인 진료비심사평가시스템을 예로 들면서 많은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시스템은 국제표준품질 ISO9001을 인증 받았으며 지난해 일본에 수출되기도 했고, 국내 특허를 시작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일본에서도 국제특허를 취득했다.

 ◇10돌 맞은 심평원, 대규모 IT투자 단행=지난 7월 1일로 창립 10돌을 맞이한 심평원은 올해 대규모 IT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매년 100억원 수준이던 IT예산이 올해 총 35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창사 이래 가장 많은 IT예산이 배정돼 있다. 이 예산으로 올해 심평원이 핵심 IT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의약품 처방·조제 사전점검(DUR) 시스템의 고도화다.

 DUR 시스템은 의사나 약사가 환자에게 유해할 수 있는 위험한 의약품 처방을 차단하기 위해 의약품을 처방단계부터 사전 점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심평원은 그동안 고양시와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 한해 DUR 시스템을 시범 적용해 오던 것을 2010년 12월부터 전국 7만여 모든 약국 및 병원 등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이에 심평원은 기존의 DUR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보완, 개선하기 위해 최근 관련 사업자 선정 작업에 나섰다. 심평원은 이 사업에만 50억원을 투입한다.

 황 실장은 “전국의 약국과 병원에서 환자에게 처방을 내릴 때 같이 복용해선 안 되는 약은 없는지, 어린이들이 복용해서는 안 되는 약은 무엇인지 등을 실시간으로 검색해서 점검하게 된다”며 “이처럼 실시간으로 시스템을 지원해야 하는 만큼 시스템 안정성에 초점을 두고 고도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사업은 무료 청구포털시스템 개발 사업이다. 지금까지 심평원은 KT 중계센터를 통해 진료비전자청구(EDI) 시스템을 활용해 왔지만 내년 6월 KT와의 계약이 완료됨에 따라 심평원은 의료기관들과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웹 기반의 청구포털시스템을 자체 개발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올해 심평원의 최대 규모의 IT사업으로 총 15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황 실장은 “연간 중계수수료만 170억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무엇보다도 “민간 사업자를 경유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정보보안도 더욱 강화될 것이며, 정보 공유 등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웹 기반 포털시스템으로의 전환에 대한 장점을 강조했다.

 세 번째는 오는 10월부터 시행예정인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도입에 따른 청구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병원에서 의약품을 싸게 구매한 만큼 병원과 환자가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시행하는 것으로, 관련 내용을 반영한 청구시스템을 심평원이 개발해야 한다. 이 사업 역시 DUR 시스템 구축 사업과 같이 정부의 정책 시행에 따른 시스템 개발 업무에 속한다.

 황 실장은 “그동안의 정보화 사업은 현업 위주의 IT서비스 지원이 대부분이었지만 DUR, 청구포털시스템 등은 의료기관 및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시스템이 빠른 시일 내에 안정화되지 않으면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24시간 무중단 서비스 지원을 위해 기관들과의 협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웹 기반으로 전환하는 차세대 사업도 준비=황 실장은 올해 심평원의 기간계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진료비심사평가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갈 예정이다. 진료비심사평가시스템은 진료비 청구 및 접수부터 심사, 평가, 통보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전산화한 것으로, 연평균 13억건의 진료 청구건을 평가한다.

 황 실장은 “13억건의 진료 청구를 불과 1000명 정도의 심사 인력이 평가 분석을 하고 있다”며 “IT를 통해 시스템화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 실장은 우리나라와 의료 제도가 엇비슷한 일본과 비교해 보더라도 1인당 진료비심사평가 생산성이 4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심평원은 1996년부터 사용해온 진료비심사평가시스템을 재개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청구포털시스템이 웹 기반으로 전환되는 만큼 진료비심사평가시스템도 기존의 클라이언트/서버(CS)환경에서 웹 기반으로 전환하는 차세대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심평원은 2년마다 정기적으로 추진하는 정보보안 관련 컨설팅 사업도 수행 중이다.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다루는 기관인 만큼 심평원 역시 정보보안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내부 보안에 중점을 두고 직원들의 보안의식 강화 등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황 실장은 올 상반기에 고도화시킨 진료정보 데이터에 대한 현업 직원들의 활용 능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 마련에도 고심 중이다. 현재 심평원 내에는 SW 분석사만 237명이 있지만 이 숫자를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심평원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 기관이다. 2012년까지 원주혁신도시로 이전해야 함에 따라 전산센터 이전 준비 작업도 하고 있다. 이는 차세대 진료비심사평가시스템 구축 사업과 일정을 맞춰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프로필>황의동 실장은

 1986년 12월 의료보험조합연합회(현 심평원)에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23년간 근무해 왔으며, 주로 기획조정, 혁신전략, 법규 위주의 업무를 담당했다. 2008년부터 2010년 4월까지 기획조정실장으로 지내다 지난 4월 24일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정보통신실장을 맡게 됐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