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외국계 생보사 차세대가 변하고 있다

 패키지 시스템 도입해도 자체 개발 비중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 방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패키지 솔루션의 프로세스를 최대한 보전하는 방식을 지향하고 최소한의 커스터마이징을 수행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대폭적인 커스터마이징과 빅뱅 방식으로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빅뱅 방식과 커스터마이징은 국내 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진행하는 차세대 프로젝트는 패키지를 도입하되 기본 기능이나 프레임워크만을 사용하고 대부분의 기능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프로젝트 방식도 단계별이 아니라 대부분 빅뱅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동안 봐왔던 외국계 기업들의 차세대 프로젝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회사들이 빅뱅 방식을 채택하는 이유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국내에 진출한 지 20년이 넘어 노후화된 시스템을 단계별로 교체하기가 힘든 상황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이 지양해 왔던 빅뱅 방식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외국계 생보사들은 본사의 정책에 맞춰 글로벌 지사와 연동할 수 있는 패키지 시스템을 도입해 왔다. 패키지 솔루션을 도입해 약간의 커스터마이징을 거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대부분의 기능을 새롭게 개발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패키지 시스템은 안정되고 표준화돼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국가별 정책과 문화에 맞게 상당 부분을 수정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또 패키지 시스템의 기능 중에는 커스터마이징이 힘든 부분도 있다. 모 생보사의 경우 차세대 프로젝트 이전엔 시스템의 일일 결산이 되지 않아 월말에 회계전표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불편함 때문에 최근 외국계 생보사들은 단순히 글로벌 정책에 맞춰 패키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개발의 비중을 최대한 높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차세대 시스템을 오픈한 푸르덴셜생명은 총 5년의 긴 시간을 들였지만 단계별 구축 방식이 아닌 빅뱅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푸르덴셜생명은 보험 전문 솔루션 업체인 솔콥의 래디언스 패키지를 사용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뼈대 위에 프레임워크와 엔진, 비즈니스 로직 전체를 새로 개발했다. ‘패키지이지만 패키지가 아닌’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메트라이프생명 역시 1년의 기간 동안 빅뱅 방식을 통해 지난해 7월 차세대 시스템을 오픈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미래에셋생명의 차세대 시스템 사용에 대한 라이선스를 구매해 이 시스템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유저 인터페이스(UI)와 DBMS를 독자 개발했다.

 현재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우리아비바생명은 라이프아시아라는 패키지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지만 처음부터 패키지를 사용할 예정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우리아비바생명 역시 미래에셋생명의 차세대 시스템 아키텍처 위에 자사 내부 환경에 맞게 신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으로 벤치마킹까지 끝마쳤지만 본사 의사결정 단계에서 라이프아시아의 도입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패키지를 도입하게 됐지만 우리아비바생명 역시 단계별이 아닌 빅뱅 방식으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총 170억원 규모의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3월부터 시작해 내년 4월 11일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현재 차세대 프로젝트를 검토 중인 알리안츠생명과 ING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알리안츠생명은 이번 달 안에 정보요청서(RFI)를 각 사업자들에 발송할 예정이며, ING생명은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