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데스크칼럼 - IT가 혁신의 진정한 동반자라면

 며칠 전 미국 MIT경영대학원이 발행하는 ‘슬로언매지니먼트리뷰’에 게재된 한 기사에서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다. 기업의 엔지니어 등 각종 전문가들은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결과물을 가시화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곤 한다. 이때 정보기술(IT)부서가 이들에게 “무엇을 도와줄까요”라고 묻는다면, 혁신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가장 흔한 대답은 무엇일까.

 슬로언매지니먼트리뷰에 따르면, 정답은 “됐거든(Keep it away)”이다. 상당수의 혁신 활동가들은 IT부서의 도움이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혁신 활동에 걸림돌이 된다고 느낀다는 이유에서다.

 IT가 경영 혁신의 중요한 도구라는 데 이견이 없는데 왜 이런 평가가 나올까. 해답은 지금까지 IT가 구조화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영역에만 주로 기여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복잡한 프로세스를 최적화라는 관점에서 구조화하고, 사전에 정의된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며,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것이 지금까지 IT의 핵심적인 역할이었다. 즉 프로세스 혁신의 목표(To-Be) 모델을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해 자동화하는 전사자원관리(ERP), 제품수명주기관리(PLM), 고객관계관리(CRM)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일상적인 혁신 프로젝트는 다분히 비정형화된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때그때 다급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제품을 혁신하거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태스크포스(TF)라는 이름 아래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각종 프로젝트가 이런 예다.

 급하게 TF가 만들어졌다가 어느 순간에 갑작스레 사라지기도 한다. 새 TF가 다시 결성되고 TF의 목표가 수정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시도 때도 없이 크고 작은 혁신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곤 한다. 전통적인 업무정보시스템으로는 이런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혁신 활동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중복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지, 회사의 한정된 자원이 제대로 할당되고 있는지, 짧은 시간 안에 기대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보 제공 등 각종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게다가 리스크가 작은 점진적인 개선활동과 리스크가 큰 파괴적인 혁신 아이디어를 균형감 있게 조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제는 IT가 이런 일상적인 혁신 활동에 기여해야 하고, IT로 혁신 프로젝트의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슬로언매지니먼트리뷰의 주장이다.

 IT가 일상적인 혁신 프로젝트에 기여한 대표적인 예로 IBM의 온라인 브레인스토밍 활동인 ‘이노베이션 잼(Innovation Jams)’을 들 수 있다. 2006년 이노베이션 잼에는 IBM 임직원, 파트너사 임직원 등 무려 15만명이 참가했다. 당시 IBM은 이노베이션 잼 활동으로 얻은 아이디어를 토대로 10가지 신규 사업에 1억달러를 쏟아붓기로 결정했다. 이노베이션 잼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데는 샘 팔미사노 IBM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의지도 중요했지만 수많은 참가자가 아이디어를 쉽게 축적하고 교환할 수 있는 탁월한 인트라넷의 역할이 컸다.

 유니레버는 ‘이노플랜’이라는 정보시스템으로 전사에서 추진되는 각종 혁신 프로젝트 정보를 취합·관리하고 있다. 프록터앤드갬블은 ‘이노센티브’라는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해 전 세계 175개국의 12만명에 이르는 과학자와 연구원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이런 성공모델로 나아가려면 새로운 IT 롤 모델이 필요하다. 슬로언매니지먼트리뷰는 IT부서의 새로운 역할로 벤치마커(베스트 프랙티스 정보 제공), 통합자(사내외 정보와 지식 통합), 교육자(체계적 관리 기법 전수), 촉진자(IT 툴 사용 독려) 네 가지를 제시했다.

 IT부서가 모든 혁신활동의 조력자가 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겠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넓은 스펙트럼으로 IT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혁신의 일상적 동반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말이다.

 박서기 CIO BIZ+ 편집장 겸 교육센터장 sk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