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26000 대응으로 사회 지속가능성을 높여라

ISO26000이 지난 5월 최종국제표준으로 확정되면서 ‘사회적 책임 표준’이 전 지구적인 메가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빌게이츠가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연설하고 있는 모습.
ISO26000이 지난 5월 최종국제표준으로 확정되면서 ‘사회적 책임 표준’이 전 지구적인 메가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빌게이츠가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연설하고 있는 모습.

 지난 5월 1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8차 사회적 책임(SR) 총회에서 사회적 책임 표준(ISO26000·이하 SR표준)이 최종 국제표준(FDIS)으로 확정되면서 ‘사회적 책임 표준’이 전 지구적인 메가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SR표준을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중소기업을 비롯한 정부·NGO 등의 대응에 미진한 부분도 없지 않다.

 표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11년을 6개월 남겨두고 있는 지금, SR표준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철저한 대비로 향후 표준이 국제교역에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ISO26000의 등장은 시대적 요구=1995년 세계적 석유기업인 쉘이 나이지리아에서 군사정부와 협상해 원유를 생산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원유와 폐기물을 무단으로 방류한 사실이 환경단체에 의해 폭로됐다. 쉘은 해당 사건을 합법이라 주장하고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지만 환경에 대한 가치와 기업의 윤리를 강조하는 국제여론에 부딪혔고 나이지리아 정부 또한 거대 자본 앞에 국민의 안전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쉘은 결국 의사결정 과정에 환경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모니터링을 허용하고 의사를 반영하기로 했다.

 한편, 친환경 화장품 기업을 표방하는 ‘더 바디샵’은 환경단체와 연합해 쉘의 변화를 촉구하는데 앞장서 환경운동가는 물론 전 세계 윤리적 소비자의 주목을 받았다. ‘더 바디샵’은 이를 계기로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글로벌 기업의 막강한 경제력이 사회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를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지침(1974년), 국제노동기구(ILO) 지침(1977년) 등 기업관행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선언적 규범들이 채택됐고 이를 통해 사회적 책임 개념은 일대 성장기를 맞게 됐다.

 국제표준화기구(ISO) 또한 2001년 소비자정책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책임에 대한 표준 제정의 타당성 검토를 시작했고 2004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ISO 기술관리이사회(TMB)에서 SR표준 제정에 착수하기로 결의했다. 다음해인 2005년 1월에는 SR표준 제정을 위한 신규작업제안서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돼 본격적인 SR표준 제정이 시작됐다.

 이후 2009년 4월, SR표준은 국제표준안(DIS)으로 등록됐고 올해 5월 투표를 거쳐 최종 국제표준으로 승인됐다.

 9년여의 작업 끝에 완성된 SR표준은 세계인권선언·ILO협약·기후변화협약·OECD소비자분쟁해결권고·UN글로벌콤팩 등의 국제 지침을 총망라한 사회적 책임 국제이행지침의 종합판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 SR표준은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게 특징이다.

 표준 제정의 주된 배경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데서 출발했지만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의사결정 활동을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행하도록 SR표준은 권고하고 있다.

 SR표준은 또한 ISO에서 발간하는 규정·지침·기술설명서 또는 사례집 가운데 감사 및 인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지침으로 개발됐다.

 자발적이고 윤리적인 규범을 강조하는 SR표준의 특성상 초반부터 제3자 기관이 개입해야 하는 인증제도로 운영될 경우 SR표준의 본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것은 물론 대상기관들의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ISO의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표준등록 이전 단계에서도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거나 거래조건으로 인용될 가능성 등의 문제점이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중국·인도·네덜란드 등 19개 국가가 반대 투표권을 행사했다. 때문에 올해 5월 열렸던 8차 국제회의에서도 인증방지 내용이 강조됐고 이를 명문화했다.

 ◇7대 주요 의제를 파악하라=ISO는 사회적 책임의 체계적인 실천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운영 관행 △소비자 이슈 △공동체의 사회·경제 발전 등 7대 의제를 사회적 책임 이슈로 규정했다.

 ‘지배구조 개선’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떤 조직의 투명성과 윤리성이 지속적으로 보장되는 환경이 조성돼있는가’에 대한 기준으로 조직의 의사결정과정과 그 구조가 주요 쟁점이다.

 ‘인권’은 인권유린, 표현의 자유 존중, 혼인 및 가정을 이룰 권리 보장, 물과 같은 필수 자원의 접근 등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주요 논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노동관행’은 불법 노동관행에 의한 혜택 금지, 노조대표의 작업장·노동자·조직정보 접근 보장, 스트레스 위험성 인식 등 고용관계와 사회적 보호, 직장보건·안전 등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지표다.

 ‘환경’은 폐기물 감소, 독성화학물 사용 공개, 재생자원 활용방안 마련, 온실가스 대책, 멸종위기종 보호 등 오염방지 및 지속가능한 자원사용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마련을 핵심 쟁점으로 택하고 있다.

 ‘공정운영관행’은 부패·뇌물·갈취 행위 저지, 보복 없는 고발제도 마련, 투명한 로비, 윤리·환경·평등에 관한 기준이 구매·분배·계약 정책에 얼마나 통합됐는지를 고려한다.

 ‘소비자이슈’는 위조·표절 금지, 상품가격의 구성 정보 제공, 리콜, 지속가능한 소비 지향, 합리적인 유지·보수 서비스 제공, 소비자 정보보호, 적절한 소비자 교육 등의 항목을 담고 있다.

 ‘공동체의 사회·경제 발전’은 지역공동체 활동에 얼마나 참여하고 고용창출과 기술 개발, 책임 있는 투자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항목이다.

 ◇ISO26000 앞으로 영향력 더 커질수 있어=SR표준은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인증과 무관하게 제정됐지만 국제적인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최초의 지침이라는 점에서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표준 도입 초반부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SR표준 운영을 하는 조직들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R표준이 제3자 인증이 아닌 자발적 운영을 강조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악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의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명성 없는 SR표준 운영은 도입 기관의 신용도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영돈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공업연구관은 “일시적인 효과를 위해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SR표준의 운영을 지속할 경우 장기적으로 그 조직의 신뢰도 저하문제가 발생해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SR표준의 주된 당사자인 기업은 SR표준이 향후 정부와 기업이 국제교역을 할 때 사회적 책임에 대한 검증 기준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ISO9000(품질경영) 국제표준이 제정된 이후 유럽연합(EU)이 공산품에 대한 역내 강제검사제도인 CE마크에서 품질관리체계를 증명하는 방법으로 ISO9000 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다는 법령을 제정한 사례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당시 EU 수입상들이 수입제품에 대해 ISO9000 인증서를 요구하면서 교역을 위해 품질경영 인증을 반 강제적으로 취득했던 기업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도 이와 인식을 같이하고 표준이 국내 기업이나 각 사회조직 활동에 장벽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홍보와 교육을 실시해 각 기관의 자발적인 도입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