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속 세계 최우수 공항으로 선정된 비결은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전사적 노력 덕분입니다.”
인천국제공항은 국제공항협의회가 매년 평가하는 서비스 순위에 5년 연속으로 1등에 이름을 올렸다.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최근 열린 휴넷CEO포럼 조찬 강연에서 이 같은 성과를 거두기까지 추진했던 경영 혁신 과정을 설명했다.
이 사장이 생각하는 존경받는 기업의 요건은 5가지다. 덕, 성장, 성과, 인재, 사회적 책임. 어느 CEO나 알고 있을 법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를 자신의 회사 실정에 맞게 적절히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사장이 덕을 갖춘 기업을 만들기 위해 강조한 것은 직원 개개인의 윤리와 조직원의 화합이다. 그는 “조직원의 윤리성은 회사가 지켜줘야 한다”며 “윤리적인 문제에는 예외도 없고 다시 한 번의 기회도 없이 처벌하는 엄격한 제도를 통해 조직원을 지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다.
또 하나 이 사장이 도입한 제도는 조직 내 ‘인사 청문회’다. 새로운 리더가 오면 그에 대해 떠돌던 소문이나 오해, 요청사항 등을 모두 익명으로 수렴해 그에게 직접 진솔하게 답하도록 한다. 이 사장은 “이 행사로 쓸데없는 오해가 없어지고 서로 원하는 바를 더 잘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성장과 성과를 위해서 이 사장은 그간 공기업에 없던 마케팅팀을 만들었다. 이 사장은 “민간기업과 달리 공기업은 매출이 하락해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며 “공기업으로서 가능한 영업방식을 찾으려 고심했다”고 말했다.
그가 성장과 동시에 높은 이익을 내기 위해 추진한 것은 환승객 유치. 중국이나 일본 등 주위 국가의 불합리한 공항제도를 역으로 활용해 항공사들이 자국 공항이 아닌 인천공항에 경유해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도록 끌어들였다. 작년에만 환승객이 520만명을 넘어섰고, 환승료를 받기 시작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했다.
여기에 각종 문화예술 설비 도입으로 다른 공항과 차별화를 하고 유연성 있는 인력배치와 IT 인프라를 통해 세계 최단시간의 평균 출입국 수속 시간을 달성했다. 성장과 성과 달성이 계속 꼬리를 물고 이어져 나간다.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이 사장이 도입한 것은 ‘잡 포스팅’ 제도다. 각급 리더가 자신이 쓸 사람을 스스로가 뽑고 키우도록 한 것. 그는 “나는 본부장과 실장을 뽑고, 그들은 팀장을 뽑고, 팀장은 팀원을 뽑았다”며 “인사팀은 공정하지 못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이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팀을 지망한다.
이 사장은 “리더는 리더대로, 사원은 사원대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며 “여기에 사내 대학원 등 교육인프라를 확충해주니 그야말로 ‘배움 문화’가 사내에 확산되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사장이 강조한 건 사회적 책임이다. 그가 생각하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은 상생이다. 그는 워린 버핏의 말을 인용했다. “버핏이 회의에서 그랬습니다. 첫 번째 규칙은 고객이 손해보지 않도록 할 것. 두 번째 규칙은 첫 번째 규칙을 절대 잊지 말 것. 우리는 입점업체를 고객으로 생각해 작년 경기가 좋지 않아 승객이 대폭 줄었을 때 입점료의 10%를 감면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 사장은 “진정으로 상생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상생에 어떤 문제도 생길 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