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별 소통이 회사 전체를 살리죠"

"부서별 소통이 회사 전체를 살리죠"

 직장인 술자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게 폭탄주 문화다. 회사별로 저마다 이색적인 폭탄주를 만들어 분위기를 돋우고 사기를 높인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냉장고·세탁기·청소기 등 생활가전을 총괄하는 홈 어플라이언스(HA)본부는 아예 사업부별로 폭탄주가 따로 있다. 가령 세탁기 사업부는 ‘스팀샷’, 냉장고는 ‘사이드 바이 사이드샷’, C&C는 ‘스피드샷’이라는 독특한 폭탄주를 가지고 있다. 폭탄주를 사업부별로 만들 정도로 HA본부는 팀워크를 중시한다.

 이는 HA본부를 이끄는 이영하 사장(56)의 1번 경영 원칙 ‘원 팀 스피릿(One team sprit)’과 맞닿아 있다. “기업은 성과를 내야 하는데 성과는 모든 직원이 한목소리를 낼 때 가능합니다. 조직이 나갈 방향을 세워 주는 게 경영진이라면 한 방향으로 조직을 이끄는 게 개별 사업부입니다. 결국 사업부가 막힘 없이 소통할 수 있어야 회사 전체 분위기가 살아납니다.”

 HA본부에서 제안한 ‘대폿집 토크’와 ‘TBC(Trust Building Communication)’도 같은 맥락이다. 대폿집 토크는 실내 포장마차에서 진행하는 사업부장과 사원 간의 모임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허심탄회하게 솔직한 대화를 주고받는 자리다. 이 사장은 아무리 일정이 바빠도 이 모임만은 꼭 챙긴다. 최근에는 TBC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실행 중이다. TBC는 경영 지침을 인터뷰 형식으로 녹화해 이메일로 모든 직원에게 전달하고 이후 부서별로 토론해 다시 본부장으로 피드백하는 방식이다. 그는 “회사 메시지는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지시 후에는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TBC로 모든 직원이 메시지의 정확한 의미를 공유하고 이를 다시 경영진에 전달하면서 훨씬 효과적인 본부 운영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회사 안팎에서 인정하는 가전 전문가다. 1979년 금성사에 입사해 잠깐 도쿄사무소에 근무할 때를 제외하고 에어컨·냉장고 등 가전에서 잔뼈가 굵었다. 냉장고·에어컨 소리만 듣고도 상태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가전 달인’ 경지에 올랐다. 생활가전이 강한 LG브랜드를 만든 실제 주역인 셈이다. 2004년 사업부장을 맡은 이후 지금은 냉장고·세탁기 개별 품목 1등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확실하게 글로벌 1등을 만든 에어컨은 독립 사업부로 내보내 LG 대표 품목으로 육성 중이다.

 “전공은 화학이지만 가전과 인연을 맺어 개발에서 생산, 마케팅까지 두루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업부 전체를 책임지게 됐습니다. 가전 시장은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시장이 성숙한 만큼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전쟁터와 같은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이 사장은 1등 품목을 착실히 늘리고 있다. 전면에 개방구가 있는 프런트 도어 세탁기, 냉동실과 냉장실 문이 위아래로 붙어 있는 톱 마운트 냉장고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시장을 평정했다. 지난해에는 수익률 면에서 글로벌 가전 1위인 월풀을 넘어 주목을 받았다.

 100년이 넘은 세계적인 가전업체를 제친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 위주의 시장 공략이었다. 이 사장은 “가전은 흔히 냉장고·세탁기처럼 한 품목만을 생각하지만 지역·기능별로 볼 때 100가지 모델이 넘을 정도로 다품종 소량 생산 구조로 바뀌었다”며 “냉장고도 현지 시장에 맞게 새로 개발해야 해당 지역에서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제품력에 이 사장 특유의 실행력이 뒷받침되면서 가전 분야에서 누구도 넘지 못하는 튼튼한 장벽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 사장은 “목표가 정해지면 실행력이 강한 조직이 결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다”며 “2014년께 글로벌 가전 1위가 궁극적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